한국연구재단은 한정민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암 세포의 주 영양분인 글루타민을 세포 안까지 전달하는 유전자 변이체를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암세포의 글루타민 의존성을 공략하는 표적 항암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타민이 어떻게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는 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SLC1A5’이라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유전자 변이체가 글루타민을 미토콘드리아까지 수송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SLC1A5 유전자가 세포의 가장 바깥 쪽인 세포막에서 글루타민을 옮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SLC1A5 유전자 변이체의 존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LC1A5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변화를 일으켜 생성되는 이 변이체는 저산소 환경에서 높게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 농도가 낮으면 SLC1A5 유전자 변이체의 발현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암세포의 글루타민 사용이 늘면서 에너지 호흡이 증가하고 대사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SLC1A5 유전자 변이체의 발현을 억제한 실험 쥐에 췌장암 세포를 이식한 뒤 25일 동안 관찰한 결과, 암 조직이 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조군은 암 덩어리의 부피가 1,000㎣(세제곱밀리미터)로 증가했다.
한 교수는 “암세포 신호전달경로를 억제하는 항암제는 저항이 쉽게 생기는 한계가 있다”며 “암세포의 영양분을 공략하는 대사 항암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온라인판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