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노사 갈등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플랫폼 노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기업들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늘려놨던 ‘특수고용’ 형식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자 ‘프리랜서’ 형식의 본디 플랫폼 노동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단결권을 넘어 단체교섭권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당장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도 부실한 상황에서 법적 정의조차 없는 플랫폼 노동과 일자리의 질 문제가 계속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20일 “잇따른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임하려 하고 있다”며 “다만 노조의 교섭 내용이 도착하지 않아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결권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던 플랫폼 노동자들은 단체교섭권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월 서울시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에 노조설립 필증을 교부하며 이들은 ‘정식 노조’가 됐다. 이어 13일과 19일 각각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가 우아한형제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13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해 배달 플랫폼이 독과점 시장으로 형성되며 ‘노동권 확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단체교섭이 흘러가는 것은 6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 외에 특수고용 형태인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민라이더스는 프리랜서 계약이 아닌 사업자 계약으로 위탁 배달을 한다. 하도급 계약이기 때문에 안정적 배달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지만 노조는 ‘약한 고리’인 특수고용을 파고들어 수익 배분 향상, 고정 수수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플랫폼 노동은 단순 반복노동을 하고 있는 공장 근로자와 노동방식이 닮았다”며 “오늘날 혼란이 야기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프리랜서 계약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식 등이다. 이 경우에는 법제 문제가 걸린다. 노동계는 최근 라이더들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산재 가입이 되더라도 일반 근로자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산재 외에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전체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얼기설기 복잡하게 엮여 있는 플랫폼 노동을 두고 노사정과 정치권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13일 고용노동부의 고용영향평가 토론회에서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일자리 수가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듯 고용에 순기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안전망도 부실한 상황에서 이를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안전망 보장 논의처럼 ‘허송세월’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플랫폼 노동의 단결권은 인정되지만 교섭의 방법과 상대방은 여전히 모호하다”며 “미래노동제도의 인프라를 깐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