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원금 손실을 낳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고객 신뢰 회복’에 팔을 걷어붙인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하고 고객의 피해 배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본부장 이상 임직원의 급여를 일부 덜어 소비자보호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23일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고객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피해 고객에 대한 성실하고 신속한 배상”이라며 “고객 한 분 한 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가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등 최선을 다해 배상에 임해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손 회장은 DLF 원금손실 최대 배상비율을 역대 최고치인 80%로 제시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금감원 분조위는 DLF 사태 발생 원인이 은행 본점 차원에서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과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 등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판단하고 은행의 배상비율을 40~80%로 권고했다.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때 금감원이 제시한 최고 배상비율(70%)보다 높다.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DLF 관련 분쟁 조정과 피해배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던 손 회장은 이번에도 철저한 준비를 재차 당부했다.
우리은행은 영업본부장 이상 임직원의 급여를 일부 반납해 ‘소비자보호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영업본부장들이 “분조위 배상이 끝나더라도 고객 피해는 남는다”며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행장은 임직원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는 제안이라고 보고 법률적 이슈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검토·추진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또 내년부터 영업점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평가(KPI) 지표가 20년 만에 대폭 바뀌는 점을 감안해 전국 영업본부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내년도 KPI에서 비이자이익 지표를 아예 배제하고 지점별 특성에 맞는 자율 영업을 위해 현행 24개에 달하는 평가지표도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고객서비스 만족도와 고객 수익률 개선 등의 지표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 본점이 영업점에 판매실적을 할당하고 상품 판매량으로만 임직원 실적을 ‘줄 세우기’하는 영업문화를 뜯어고치겠다는 의지에서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영업점이 자율적으로 연간 목표를 정하고 고객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만큼 영업 일선은 물론 본부의 각 부서도 전반적인 운영이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