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영상] ‘학창시절 훈녀템’ 클린앤클리어는 왜 사라져 버린걸까? [WHY]




과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즐기는 ‘뉴트로’ 열풍 속에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들이 뜨고 있습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제품이 하나 있으니 학창시절 여중고생의 필수품으로 꼽히던 그 제품. 바로 클린앤클리어 훼어니스로션입니다. ‘학교에서 화장은 금지’라는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던 2030들은 화장은 하지 못해도 얼굴을 환하게 해주는 이 ‘로션’을 사랑하며 많이 발랐죠. 한때 정말 많은 학생이 사용했던 이 ‘훈녀템’, 그런데 왜 요즘에는 볼 수 없는 걸까요.



‘클린앤클리어’는 미국의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의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존슨앤드존슨은 뉴트로지나, 아큐브 콘택트렌즈 그리고 존슨즈 베이비 로션을 만든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죠. 1885년 미국 존슨가 삼 형제가 세운 이 헬스케어 회사는 원래 외과용 붕대와 거즈를 생산하는 작은 회사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발전을 거듭해 제약 및 위생 관련 제품 회사로 미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석권했죠.






존슨앤드존슨의 클린앤클리어는 1995년 한국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죠. 특히 피부를 깨끗하고 밝게 가꿔준다는 훼어니스 로션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 청소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클린앤클리어는 기존의 성인용 화장품이나 피부 트러블 치료제와는 다르지만 확실한 기능을 지닌 제품으로 곧장 청소년 스킨케어 시장 1위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클린앤클리어는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특별한’ 한국 10대 소비자들의 특징과 맞닿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른 나라의 10대 청소년들은 스킨케어하면 ‘로션 바르기’ 정도만 했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피부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아 어른에 가까운 복잡한 스킨케어 단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또 ‘로션’이지만 바르면 하얘지는 미백 기능이 있어서 학칙 때문에 화장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선호했다고 합니다.

클린앤클리어는 광고·마케팅으로도 인기를 끌었는데 인기 아이돌인 소녀시대의 윤아, f(x)의 크리스탈 등을 모델로 앞세워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라는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도 만들어냈습니다. 덕분이었을까요. 클린앤클리어의 국내 매출은 글로벌 2위로, 1위인 미국에 이어 클린앤클리어가 가장 잘 팔리는 나라가 되었죠.



하지만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그 제품은 어느새 단종되어 우리 추억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전문가들은 로드샵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거리의 풍경이 알록달록하게 변화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더페이샵’,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의 로드샵들이 대거 등장한 때입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다채로운 컨셉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BB크림, CC크림, 파운데이션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클린앤클리어를 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2006년 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발의되면서 학생들은 더이상 하얀 ‘로션’만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죠.


하지만 이렇게 한국에서는 사라져버린 우리의 ‘클클’은 뜻밖의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었다는데요.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 사회는 하얀 피부가 검은 피부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인도가 약 200년 동안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았고, 또 13세기에 이르러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이란, 터키계 왕조들이 인도에 들어온 것도 흰 피부 선호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죠. 흰 피부를 곧 지배계층이 가진 우월한 특징으로 받아들인 거죠. 실제 유튜브에 클린앤클리어 훼어니스 로션 리뷰를 검색해보면, 인도 사람들의 리뷰가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래의 내가 지니고 태어난 피부가 아닌, 단지 더 하얀 피부를 위해 매일 아침 화장품을 덧바르는 우리의 모습에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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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에서도 클클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시중에서는 팔리지 않지만, 해외 직구를 통해서는 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클클 마니아들은 비싼 배송비를 치르고라도 해외 직구를 이용하거나 단종 전 ‘쟁여놨던’ 제품들을 웃돈을 줘서라도 구매한다고 합니다. 리뉴얼 되기 전 제품이 좀 더 귀해서 좀 더 비싸게 팔린다고 하는데... 역시 ‘존버’가 답인 걸까요. 우리 사용하지 않는, 뜯지 않은 새 화장품이 있다면 혹시 모를 내일을 위해 잘 보관하는 것도 좋은 전략일 듯 합니다.



‘선생님, 이거 화장품 아니고 로션 바른 건데요?’

선생님께 혼날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며 우리의 피부를 하얗게 가꿔주던 90년대생들의 추억 아이템, 클린앤클리어 훼어니스 로션. ‘나 때는 말이야~ 그땐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 속 아이템을 매개로 과거 즐거웠던 시절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들. 이게 바로 뉴트로가 떠오르는 이유가 아닐까요.

/김한빛 인턴기자 onelight@sedaily.com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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