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에서는 매월 한 차례 윤열현(사진) 교보생명 보험총괄사장이 주재하는 특별한 회의가 열린다. 교보생명 임원이면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이 회의의 명칭은 VOC(Voice Of Consumer·고객의 소리) 경영실무협의회. 회의는 늘 고객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고객의 목소리가 녹음된 음성파일을 들어보며 매월 접수된 민원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한 민원의 내용을 파악하는 절차다. 내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을 맡아 소비자 보호를 챙겨야 하는데 교보생명은 7년째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가 아닌 CEO가 소비자 보호회의체를 이끄는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VOC협의회를 가동했고 올해부터는 각자 대표체제 전환 이후 윤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3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올 들어 VOC협의회에서 22건의 안건이 논의됐고 20건의 민원이 최종 개선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신계약 모니터링 외국어 상담 서비스’다. 외국인 배우자를 둔 한 고객이 배우자가 직접 보험 계약 내용을 상담받을 수 있도록 외국어로 상담할 수 있는 상담인력을 늘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했고 이 역시 VOC협의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임원진이 직접 해결책을 논의하자 처리 속도도 빨랐다. 민원을 접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영어와 중국어 전문 상담인력이 현장에 투입됐고 다양한 언어로 된 상품 안내자료가 순차적으로 제작됐다. 민원 접수부터 해결까지 절차가 단순해진데다 상품·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진 임원들이 처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민원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민원 해결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 건수도 줄었다. 지난해 1,626건에 달했던 대외 민원 건수는 올해 1,469건으로 줄었고 민원해결비율도 VOC협의체가 가동되기 전 60%대에서 최근 3년간 평균 90%대로 껑충 뛰었다. VOC실무협의회에서 다루는 안건도 2017년 37건에서 지난해 34건, 올해는 22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계량적 지표 개선에 힘입어 수상도 잇따랐다. 교보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생명보험사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소비자중심경영(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교보생명은 ‘DLF(파생결합상품) 사태’ 이후 개별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정책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내년에도 VOC협의회의 업무범위와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고객보호센터 등 고객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고객중심 경영’이 교보생명의 핵심가치이자 철학”이라며 “내년에도 고객보호센터·VOC경영실무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민원 대응력을 꾸준히 높이고 소비자 권익 보호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