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성1호기 원전 폐쇄 재고하라

정부가 7,235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던 월성원전 1호기에 결국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엊그제 전체회의를 열어 경주 월성1호기 영구정지 안건을 찬성 5, 반대 2로 확정했다. 숱한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와 여당 측 추천위원 5명이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여 기어이 통과시킨 것이다.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돼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영구정지를 결정한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탈원전 코드에 맞춰 적어도 3년은 더 쓸 수 있는 원전을 폐쇄함으로써 탈원전 대못 박기에 나섰다거나 재생에너지 이권에 개입한 현 정권 실세들이 무리하게 서둘렀다는 등 갈수록 의혹은 불어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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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원안위원장을 지냈던 과학기술계의 한 원로는 “아무 문제 없이 멀쩡한 월성1호기를 영구정지하는 월권에 가까운 결정을 했다”며 “과학의 영역에 정치논리가 개입했다”고 개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연장운영 승인을 받았던 월성1호기가 갑작스럽게 멈추니 에너지 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안전성 강화를 위해 7,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고손실죄·배임죄 등 법적 책임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탈원전의 본고장인 서유럽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원전 재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소비가 급증하는데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더 큰 위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원전을 늘리는 것이다. 미국도 가동 중인 원전 98기 가운데 90기의 수명을 20년이나 연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10년간 원전 10기를 더 멈춰 세우겠다며 ‘나 홀로 거꾸로’ 가고 있다. 탈원전이라는 구호에 묻혀 백년대계를 위한 에너지 정책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늦기 전에 과감한 탈원전정책 수정이 절실하다. 월성1호기 영구정지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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