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수합병(M&A)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이에 대한 한국 기업 경영진들의 전망은 혼란스럽다. 글로벌·한국 M&A 시장의 움직임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반면, 자사의 M&A에 대해서는 적극성을 나타낸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EY한영은 국내 52개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 임원 2,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앞으로 12개월 동안의 글로벌 M&A 시장 전망을 묻는 말에 국내 경영진들의 답변은 성장이 48%, 중립이 42%, 쇠퇴가 10%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질문에 성장이 94%, 중립이 6%를 차지했다. 쇠퇴는 아예 없었다. 즉, 국내 기업 경영진이 바라보는 2020 글로벌 M&A 시장은 올해보다 크게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쇠퇴 전망이 10%까지 나타난 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국내 M&A 시장 전망은 더 나쁘다. 성장 답변은 40%에 그쳤으며, 쇠퇴 예상은 13%까지 늘었다. 글로벌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는 국내 M&A 시장 역시 쇠퇴를 내다본 경영진이 한 명도 없었다. 이 결과만 보면, 국내 기업의 M&A 참여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경영진이 속한 자사의 M&A 파이프라인을 묻는 말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사의 향후 12개월간 M&A 파이프라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국내 경영진의 46%는 증가, 48%는 중립, 6%는 감소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같은 질문에는 증가가 42%였고, 감소가 12%였다. 즉,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실제 M&A 파이프라인에서는 미세하나마 증가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이 메시지는 어떤 방향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다른 답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국내 기업 경영진의 74%는 계획 중인 M&A의 방향을 묻는 말에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보강하는 ‘볼트온(bolt-on)’ 인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기업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트랜스포머티브(transformative) 딜을 염두에 둔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즉, 이 메시지를 바탕으로 보자면, 2020년의 M&A는 기존 기업이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의 약점을 줄이고 강점을 강화하는 수준의 중소형 딜은 증가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양태를 탈바꿈하는 대형 메가 딜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음으로, M&A 시장에서 경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느냐는 질문에 56% 국내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M&A의 파이프라인이 증가세에 있더라도 시장 내 경쟁 감소는 결국 매도자의 매물 철수로 이어질 수 있어 M&A 시장은 쇠퇴할 수 있다. 결국, 향후의 M&A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확실한 기대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이 보장되는 딜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밸류에이션상의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딜에 대해 베팅하거나, 또는 볼트온 인수처럼 사업적 시너지가 분명하게 존재해 딜로 명확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딜의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