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지난 2012년 법인화 전환 이후 7년만에 교원 보수 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호봉제 틀을 유지하되 본봉 비중을 높이고 수당 비중을 낮추는 게 골자다. 그 동안 외부 석학 유치 등을 위해 성과연봉제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다른 국립대와 달리 법인화 이후에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보수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는 본봉 비중까지 높이면서 기존 교수들의 ‘철밥통’ 임금 구조가 더 강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장기 과제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7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재경위원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교원 보수 체계 개편안을 심의했다. 학내외 위원 30인으로 구성된 재경위원회는 서울대 재무경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서울대 관계자는 “법인화가 됐는데도 지금까지 법인화 이전 기준을 계속 적용해 와 합리적인 수준의 독자적인 교원 보수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며 “호봉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본봉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사회에서 최종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정위원회에서는 학교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연간 보수총액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본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심의했다. 다만 본봉 비중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는 교수들의 보수 인상 폭이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 측은 앞서 학교 운영과 발전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평의원회를 통해 교원 복지 향상 차원에서 본봉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서울대 측은 “서울대 교원의 본봉 비중이 일반 공무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서 개편을 추진해 온 것”이라며 “본봉 비중을 높이면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교 예산 상황에 따라 교원들의 보수 인상 폭이 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012년 법인화를 통해 재직 교수들이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지금까지 호봉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교육·연구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성과 상여금이 있긴 하지만 교수들의 평균 급여의 3~4% 정도에 불과해 ‘인센티브’로서 역할이 작다. 지난 2017년도에 신입 채용하는 교수에 대해서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2020년에는 재직 중인 모든 교수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호봉제로 교수들이 정년 보장을 받으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연구에 소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본봉 비중까지 인상한 것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 재경위원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위원들은 현 보수 체계로는 우수 인사나 외부 석학들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직무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보수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현 보수 시스템 때문에 학내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등이 외부 석학이나 우수 교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보수 체계 관련 상위법이 개정되면 학내에서 성과 연봉제나 일반 연봉제 도입 논의도 본격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도입을 위해서는 교수 등 학내 구성원 동의를 얻어야 해 갈 길이 멀다. 서울대 교수들의 경우 성과 연봉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서울대의 한 공과대학 교수는 “학문분야마다 성격이 달라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며 “일반 기업처럼 성과 위주로 연봉을 결정하는 게 대학이 가진 특수성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