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喜·기쁨)=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중생 조은누리(14)양이 실종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가족 품에 돌아온 일은 온 국민을 기쁘게 했다. 조양은 지난 7월 가족·지인 등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 주변을 등산하다가 실종됐다. 수색팀은 조양 실종 직후 내린 장맛비와 등산로를 덮은 수풀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군견 ‘달관이’를 대동한 박상진 원사, 김재현 일병은 수색 11일째 실종 추정지로부터 약 1.7㎞ 떨어진 곳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수색에 참여했던 박연수 전 충북산악구조대장은 “추위 등으로 체력소모도 컸을 텐데도 기적적으로 버텨냈다”며 “정신력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그를 가장 먼저 찾아낸 군견 달관이도 일약 ‘국민 영웅’이 됐다.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조양은 은인 박상진 원사와도 두고두고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노(怒·노여움)=올해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무자비한 살인사건도 많았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7월 구속 기소된 고유정(36)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씨는 5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제주에서 경기도까지 이동하며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인득(42)의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살인사건 중 하나다. 안씨는 4월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 안씨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장대호(38)의 ‘한강 몸통시신 사건’ 역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장씨는 8월 서울 구로구 자신이 근무하는 숙박업소에서 30대 남성을 둔기로 살해했다. 장씨는 시신을 훼손한 뒤 한강에 유기했다.
◇애(哀·슬픔)=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국민들은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배우 전미선은 6월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그가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공연을 위해 전주에 갔을 때였다. 그룹 에프엑스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도 10월 사망했다. 그는 공개 열애 이후 성희롱 댓글에 시달렸고,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중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또한 설리가 세상을 뜬 지 42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예인들이 잇따라 유명을 달리하면서 ‘악플’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대중이 쓰는 무자비한 악플이 개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락(樂·즐거움) =국내 3대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는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며 ‘위기의 오락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14년 7월과 9월 서울의 한 고급식당에서 외국인 재력가 A씨와 만나는 자리에서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A씨가 유흥업소 여성 10명과 함께 해외여행할 때도 성매매를 알선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스모킹건’을 끝내 찾지 못했다.
다만 양 전 대표의 원정도박 혐의는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 수억원대 원정도박을 하고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양 전 대표와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는 10월 검찰에 넘겨졌다. 이외에도 양 전 대표는 소속 연예인의 마약구매 의혹을 경찰에 진술한 B씨를 회유·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애(愛·사랑)=마트에서 식료품이 도난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 되레 국밥을 대접한 가슴 따뜻한 사건도 있었다. 10일 한 30대 남성 C씨 부자는 인천 중구의 한 마트에서 식료품 1만원어치를 훔치다 적발됐다. 주인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정을 들은 뒤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이때 출동한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소속 이재익 경위는 이들 부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택시 기사로 일하던 C씨는 당뇨병 등을 앓느라 일을 그만두고 임대주택에서 홀어머니와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중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해당 마트에는 C씨 부자를 도와주라며 기부가 쇄도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장발장 부자의 얘기가 많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며 이 부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오(惡·미움)=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으로 기록돼 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춘재 사건)은 1986년 1차 사건 발생 33년만에 베일을 벗었다.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갇혀 있던 이춘재가 경찰의 추궁 끝에 “내가 저지른 게 맞다”고 자백하면서 진범이 드러났다. 그는 이미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총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문제는 이 중 범인이 이미 검거돼 처벌까지 끝난 8차 사건이 포함됐다는 점이었다. 이춘재가 벌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옥살이를 한 윤모씨가 고문을 이기지 못해 허위 자백했다고 재심을 신청하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과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경찰이 수사해온 이춘재 사건 중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검·경의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욕(慾·욕심)=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은 1년 내내 정치·사회·연예계를 뒤흔들었다. 시작은 2018년 11월 버닝썬 최초 고발자 김상교씨가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당하면서 불거졌다. 김씨는 경찰이 피해자인 자신을 가해자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주장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클럽과 유착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버닝썬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윤모 총경)’이 뒤를 봐준다는 대화 내용이 드러났다. 아울러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이 함께 있던 카톡 대화방에서 여성을 몰래 불법 촬영한 사진 동영상이 공유된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은 커졌다. 정준영은 최근 1심 공판에서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경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