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성탄절을 앞두고 일명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군사적 도발을 예고한 뒤 한반도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엔 주한 미군에서 전쟁 오인 소동이 벌어졌다.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심야에 동두천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서 ‘공습경보’ 비상 사이렌이 실수로 잘못 울린 것이다.
미국 언론과 소셜 미디어 등에 따르면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밤 10시쯤 동두천 미군기지인 캠프 케이시에서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오경보로 밝혀졌으나 북한이 ‘선물’ 공언으로 경계태세가 고조된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부대원들 사이에선 ‘패닉’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침 시간에 울려퍼진 굉음에 놀란 일부 장병들은 즉시 군복으로 갈아입고 출동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
특히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가까운 주한미군 부대인데다 북한 미사일 공격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숙지해왔던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사이렌 소동은 취침 음악 탭을 눌러야할 상황에서 ‘개전 신호(go to war siren)’ 버튼을 잘 못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개전 신호는 말 그대로 실제 전쟁상황임을 알리는 신호다.
이번 해프닝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북한 근처의 미군 기지에서 실수로 취침나팔 대신 비상경보 사이렌이 잘못 울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이 달갑지 않은 성탄절 선물을 위협해온 가운데 한국의 미군기지에서 비상 사이렌이 잘못 울려 잠깐 기지에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당국자들 발로 보도했다.
제2보병사단 대변인인 마틴 크라이튼 중령은 “당초 오후 10시께 평소와 마찬가지로 군 장례식에서 연주되는 구슬픈 곡조의 나팔수의 노래가 취침 나팔로 오후 10시께 울려 퍼지게 돼 있었다”며 ‘인적 오류’(human error)로 비상 사이렌이 캠프 케이시의 차가운 공기 사이로 퍼져나갔다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이번에 잘못 울린 사이렌은 흔히 공습경보 사이렌으로 불리는 것으로, 장병들에게 경계태세 절차를 시작하라는 경고 사인 역할을 한다고 크라이튼 중령은 전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또 미 CNN방송과 미군 기관지 성조지 등에 따르면 크라이튼 중령은 성명에서 “기계를 조작한 이가 잘못된 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즉각 확인한 뒤 오경보였다는 사실을 캠프 케이시 내 부대들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즉각 실수라는 사실을 통보받았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크라이튼 중령은 전했다.
WP는 이번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확한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2018년 하와이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해 1월 13일 하와이에서 탄도미사일 위협경보가 실수로 잘못 발령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미사일 공격 오경보 발령은 하와이 주정부 비상관리국(HEMA)이 작업교대 도중 경보 시스템을 점검하다가 빚은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었다.
WP는 하와이 오경보 발령 상황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일도 ‘부적절한 때’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