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총선용' 비판에…靑 "국민 대통합" 선긋기

■ 기업인 쏙 빼고…선거사범 특사

'정치인 사면 최소화' 기조 뒤집어

이광재, 강원도 출마설 힘실릴듯

한상균 앞세워 '勞달래기' 분석도

정부가 30일 발표한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오른 이광재(왼쪽부터)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정부가 30일 발표한 신년 특별사면 명단에 오른 이광재(왼쪽부터) 전 강원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발표 한 취임 후 세 번째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유력 정치인들이 포함되면서 ‘총선용 사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민 대통합을 위한 사면이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법무부의 특별사면 발표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사범 사면과 관련해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극소수에게만 사면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권의 ‘중량급’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을 사면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사면권 제한·정치인 사면 최소화’를 지향했던 지금까지의 기조와는 사뭇 다른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전 지사의 경우 총선에서 강원도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이 경우 선거 판세가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1년 1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지사직을 잃었고, 이후 2015년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받아 피선거권이 제한됐지만 이날 사면으로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다.


이 전 지사의 사면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7년 사면 당시 청와대가 이 전 지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이기 때문에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뇌물죄가 아니니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 전 지사가 사면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 전 지사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하긴 했지만 대가성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사면 불가 5원칙(뇌물, 알선 수재, 알선 수뢰, 배임, 횡령)’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지사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수한 불법 정치자금 액수가 ‘2만5,000달러’라고 잘못 설명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지사는 박 전 회장에게 받은 총 7만5,000달러를 포함해 총 9만5,000달러를 받았지만 청와대가 이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10만 달러 가까이 수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를 부패범죄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관계자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2만5,000달러를 수수했다. 현저하게 더 적다”고 받아쳤다. 이후 청와대는 “9만 5,000 달러가 맞다”고 정정했다.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왔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복권을 두고는 ‘노동계 달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300인 이하 기업에 대한 주52시간 계도기간 부여 결정 등으로 정부와 노동계가 갈등을 빚는 일이 계속되자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한 전 위원장의 사면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또 한 전 위원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민노총이 한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올라섰다는 점도 사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특별사면 발표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코드 사면’이라고 지적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민 부담 경감은 허울일 뿐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라며 “사면권마저 총선용으로 전락시켜 정권 연장을 위한 촛불청구서에만 화답 중”이라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사면과 관련해서도 “불법·폭력시위를 일삼은 정치 시위꾼을 포함해놓고 국민화합이라니, 국민 화합을 어떻게 읽으면 이렇게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양지윤·오지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