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경영진의 금융소비자 보호책임 강화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은 위원장은 31일 “국내외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지만 자금이 생산적인 실물경제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 경제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가계보다 기업, 기업 중에서도 중소·벤처기업,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는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있는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의 물꼬를 대전환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지원과 환경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아마존이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게 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때 금융도 움직이고 혁신할 수 있다”며 “기업이 부도에 직면해도 자금을 지원한 금융사 임직원을 용인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효성 있는 면책제도 개편 방안을 빠르게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원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 고수익 추구와 핀테크 발전 등으로 금융상품이 나날이 복잡해짐에 따라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금융사가 소비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경영진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내부통제 체계 구축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에는 “고수익·고위험 금융상품 총괄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게 늘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 원장은 임직원에게 “금융감독 패러다임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급격한 디지털화로 권역을 망라하는 금융 겸업화, 국제화 등이 심화하고 있으므로 금감원도 변화 추세에 적극 대응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원장은 “오픈뱅킹으로 촉진될 금융의 플랫폼화 등 미래형 금융의 모습과 감독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기능별 감독으로 감독 패러다임의 전환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우리 금융산업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환경에 맞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면 새로운 성장기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외부 조직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개방적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산업이 디지털 전환·글로벌화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전략 서비스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당부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앞으로 10년동안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경험하지 못한 생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10년을 위한 ‘디자인(DESIGN·설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임직원에게 당부하는 다섯 가지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미래 환경 대응을 위한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전환 가속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비이자이익·비은행부문·해외사업 확대 등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사업 간 유기적 연결을 통한 고객 서비스의 ‘그룹형 플랫폼 서비스’ 진화 △농협금융의 지속성장을 위한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 지원 및 새로운 수익섹터 개발 △농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한 농협금융의 역할 확대 등을 제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과거의 10년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 ‘리셋(reset)’을 주문했다. 그는 “가치관과 기술이 급변하는 2020년대에는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다”며 “손님의 기쁨만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추구하고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태규·송종호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