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달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 중 하나인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 가격이 두 달 만에 반등했다. 일반적으로 분기 마지막 달 낸드플래시 가격이 보합권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2019년 4·4분기 가격은 오름세로 끝이 났다. 한국 경제의 ‘믿을맨’인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경기는 2018년 상반기까지 초호황(수퍼 사이클)을 누렸으나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락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2020년 상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도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의 12월 고정거래가격은 전달과 같은 개당(DDR4 8Gb 기준) 2.81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8년 12월 개당 7.25달러에 달했던 D램 가격은 2019년 7월 3달러선이 무너지면서 개당 2.94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크게 추락했다. 통상적으로 3개월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는 고정거래가는 매 분기 첫 달의 가격 변동이 큰 편이지만 2019년 상반기에는 5월을 제외하고 D램 가격이 매달 10% 이상 급락했다.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고객사들이 단기계약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급락세가 멈추며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가격 하락이 계속되기는 했지만 매 분기 첫 달을 제외하고는 변동 폭이 줄어든데다 상반기와 같은 급락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이날 “4·4분기 들어 가격 안정세가 견고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도 “4·4분기 전체로 보면 D램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덜 빠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D램 가격이 2020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D램 스팟(현물거래) 가격은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12월 초 2.74달러 수준이었던 D램 스팟 가격은 31일 3.03달러로 3달러선을 회복했다. D램 고정거래가는 2019년 7월 이후 3달러를 밑돌고 있지만 최근 스팟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2020년 상반기에는 3달러선을 회복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1·4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꼽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2020년 1·4분기부터 D램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조정도 마무리 됐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계 증권사 한 임원은 “D램 가격은 1·4분기부터 오를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요처에서 미리 구매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2월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가격은 개당 4.42달러로 전달 대비 2.55% 올랐다. 낸드는 그간 재고가 많이 소진된데다 성수기인 4·4분기 들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0년 1·4분기에도 오름세가 예상된다.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수요 강세가 예상되는데다 애초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마이크론이 낸드 생산 축소를 언급하는 등 업체들이 공급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 수준으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새해에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2019년 수출입 평가 및 2020년 전망’을 통해 새해부터 모바일·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9년보다 반도체 수출이 1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