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처리 과정에서 ‘동물국회’를 재연했던 정치권은 새해를 맞아 패스트트랙 열차를 잠시 멈추고 한 박자 쉬어가기로 했다. 여야 간의 극한 대치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을 털고 전열 재정비를 위해 연말연시 휴지기를 갖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는 본회의가 열리는 즉시 패스트트랙 법안 다음 타자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을 상정할 전망이다.
3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월6일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시차를 두고 다시 새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고 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해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1월7일과 8일 예정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시기를 피해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이후에는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처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전날 의원직 총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만큼 전술을 바꿔 더 이상 필리버스터를 진행하지 않고 장외 투쟁에 힘을 쏟을 가능성도 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예정대로 진행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1월3일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라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들도 4+1 협의체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여권에서는 정 후보자 인준, 그리고 법안 처리를 비롯한 국회 의정활동이 한층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민생법안의 경우 4+1 협의체 차원에서 표결을 통해 처리가 가능하나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데이터 3법 등의 경우 한국당과의 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