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업계와 당국 등이 머리를 맞대고 저금리·저성장을 극복할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신 회장은 이날 업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로 초저금리를 꼽았다. 특히 연초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금리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생보사들로선 내년 사업전망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은 “세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고,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는 경기회복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기준금리 하락으로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도전을 마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회장이 저금리 극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과거 고금리 계약의 부채적립 부담이 높아져 이차역마진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저금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금융산업”이라며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생보산업의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와 당국, 연구기관이 지혜를 모아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에는 자산·부채 구조개선과 자본 확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2022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업계는 대규모 자본 확충을 단행하지 않으면 수익성과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새로운 제도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내재가치 성장에 집중하는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소비자 신뢰 회복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상품개발 단계에서부터 분쟁 리스크를 차단하고자 노력하고,계약 체결 및 유지·관리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다면 적극 개선해야 한다”며 “판매수수료 개편 감독규정 개정사항이 영업현장 속에 잘 정착되도록 관심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서도 보험사들은 새로운 규제 환경은 물론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되는 금융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또 보험설계사 등 특수직 종사자 보호 문제, 예금보험제도 개선,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공·사보험의 지속가능성 확보, 보험금 누수 방지 등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신 회장은 “생보업계도 핀테크와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헬스케어 서비스 접목과 인슈테크 등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해는 생보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다. 신 회장은 “생보업계는 총자산 90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연간 수입보험료 100조원 시대를 열었고 지급여력비율(RBC)도 300%에 달할 정도로 질적 발전을 이뤘다”며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제시하며 “다같이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