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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인생 계획대로 안되지만…내려놓는 소중함 깨달아"

■ 데뷔 28년 만에 첫 팬미팅

'제1 전성기' 아직도 실감 안나

머릿속 이야기, 책으로 나눌것

동안 비결? 고된 서빙 덕이죠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있다./양문숙기자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있다./양문숙기자



“20대도 제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았고, 50대도 계획대로 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제가 느끼고 있는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가수 양준일(사진·50)은 12월31일 데뷔 28년 만의 첫 공식 팬미팅에 앞서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아내도 제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방송에서 처음 봤다. 메이크업을 받은 채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못 알아보고 전화번호 달라고 할 거 같다”고 웃으며 “몇주 전까지도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아직 저에 대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미교포인 양준일은 지난 1991년 ‘리베카’로 데뷔해 당시 생소했던 ‘뉴 잭 스윙’ 등의 장르를 선보였다. ‘가나다라마바사’ ‘댄스 위드 미 아가씨’ 등의 대표곡을 남겼지만,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얻지 못한 그는 비자 문제로 갑작스럽게 가요계를 떠나 미국 플로리다의 한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하며 지금껏 생계를 이어왔다.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양문숙기자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양문숙기자


하지만 뉴트로(New+retro) 열풍을 타고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 등에서 시대를 앞서 간 패션·댄스·음악 스타일이 재조명받으며 양준일은 데뷔 28년 만에 ‘제1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 6일 JTBC 음악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출연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7,000명이던 공식 팬카페 ‘판타지아’ 가입자수는 31일 기준 5만5,000명을 넘어섰다.


양준일은 약 30년 만에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데 대해 “감히 다른 사람들이 주는 사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함부로 생각하다 보면 자신만의 공식이 나올 것 같고 그게 사랑받는 이유를 오히려 해칠 것 같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동안 기다려온 팬들에 대해 “그동안 겪어온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팬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팬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말도 없이 사라진 저도 미안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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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은 향후 활동과 무관하게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미국으로 떠날 때만 해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한국에 살지 않는 게 낫다고 스스로 설득하려 했다”면서 “한국에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언제나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대해주던 분들이 있다. 그 따뜻함을 기억하기에 항상 돌아오고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가수로서는 당분간 새 곡을 작곡하기보다 이전에 발매했던 곡들의 가사를 다시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문숙기자가수 양준일(50)이 3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양문숙기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려한 외모로도 화제가 된 그는 자신의 동안 유지 비결에 대해 미국에서의 서빙 경험을 꼽았다. 그는 “하루 14시간 서빙을 하는데 바쁜 날은 16㎞를 걷더라. 점심을 많이 먹으면 졸리니까 계란 몇 개만 먹고 일을 하다 보니 살이 찌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패션 감각에 대해서는 “타고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슈가맨’ 양준일의 다음 계획은 책 출간과 앨범 재발매다. 양준일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집필 중”이라면서 “또 이전 곡들을 모아 재편곡과 녹음을 거쳐 팬들이 피지컬 앨범을 쥘 수 있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원하는 것은 언제든 바뀝니다. 10대 때 자전거, 20대 때 차를 원하던 것이 계속 이어지진 않죠. 50대가 되어 K팝 스타가 되는 것도 원했던 일이 아닙니다. 언제든 현실에 무릎 꿇을 수 있으면 마무리가 되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높은 관심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실망 모두 그때 받아들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려놓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점점 더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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