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가짜뉴스 가려내는 법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9년의 사자성어다. 공명지조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둘 달린 상상의 새다. 한쪽 머리가 혼자 맛난 열매를 독차지한다고 생각한 다른 한쪽 머리를 미워한 나머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였는데 결국 함께 죽었다는 슬픈 불교 설화의 주인공이다. ‘깊은 산 작은 연못/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1970년대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 ‘작은 연못’의 가사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내 나이 때문이겠다.

그런데 듣자 하니 이번 교수들의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한 사자성어가 어목혼주(魚目混珠 )였다고 한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나오는 말로 물고기의 눈알과 구슬이 뒤섞여 진짜와 가짜가 구별 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다. 둘 다 작금의 상황을 너무나 잘 드러내는 말이라 내가 투표해도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이 많이 됐겠다 싶다. 요즘 청와대 부근에서는 밤낮없이 집회와 시위를 하는 집단과 그 소음에 맞서 생활권과 교육권을 지켜내려는 주민, 서울맹학교 학부모 간 대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는 공명지조의 운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면서 다른 이가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깨부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흑백논리가 횡행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흑백논리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가짜뉴스다. 어떤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는 능력, 즉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를 갖춘 사람들 앞에서 가짜뉴스는 무력해진다. 정보 리터러시는 21세기 인재상의 요건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비판적 사고능력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으로, 다양한 독서와 토론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다. 도서관이야말로 그런 경험을 제대로 쌓을 수 있는 현장이다. 최근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가짜뉴스 가려내는 방법’을 한국어를 포함해 약 40개 언어로 번역 배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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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LA가 제시한 가짜뉴스 가려내는 방법은 뉴스를 알려주는 정보원의 목적이나 연락처 등을 살펴보기, 저자를 검색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실존인물인지 확인하기, 오래된 뉴스의 재탕은 아닌지 날짜 확인하기, 자신의 선입견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점검하기, 뉴스의 제목과 본문이 선동적이 아닌지 판단하기, 연결된 관련 정보의 근거가 확실한지 확인하기, 농담이나 풍자성 글은 아닌지 조사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가인 사서나 사실확인 사이트에 질문하기다.

사족 하나, 신혼집 집들이에서 어느 생각 없는 손님이 축가랍시고 ‘작은 연못’을 열창하는 바람에 요샛말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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