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주요 품목의 가격 하락과 소비 부진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될 만큼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9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4% 상승해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나타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미만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9년(0.8%)과 2015년(0.7%)뿐이었다. 이는 농산물과 석유 가격이 폭락하고 무상교육 등 정부의 복지 정책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지속한 데 이어 8월과 9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석유류(-5.7%)와 농축수산물(-1.7%)이 전체 물가를 각각 -0.26%포인트, -0.13%포인트 끌어내렸다. 집세와 공공서비스도 각각 0.1%, 0.5% 떨어졌다. 통신(-2.3%)과 교통(-1.8%)은 각각 2012년(-2.6%), 2009년(-3.5%)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물가 지표를 구성하는 품목의 가격 하락뿐 아니라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부진도 물가상승률 추락에 영향을 끼쳤다. 공공서비스 물가의 경우 지난해 0.2%에서 올해 -0.5%로, 개인서비스는 같은 기간 2.5%에서 1.9%로 떨어졌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해 장기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용이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기준)도 0.9%만 올라 1999년(0.3%) 이후 두 번째로 상승 폭이 낮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수요 측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과 기저효과,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이 겹치면서 역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월별로 보면 바닥을 찍었던 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는 흐름이 뚜렷했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7%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이 과장은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상승으로 기저효과가 사라진다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별도로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내년도 소비자물가는 1.0%의 상승을 예상한다”며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수급·가격 안정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