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의 해다.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새해, 한국 경제의 선봉에 서 있는 기업들에도 쥐띠 경영자들이 눈에 띈다. 1960년생 쥐띠들이 주축인 ‘허리’가 되고 1948년생과 1972년생들이 노익장과 젊은 감각을 보여주는 구도다.
우선 오너 중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1960년생 쥐띠다. 1972년 쥐띠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젊은 감각으로 유통 기업을 이끈다. 최근 GS그룹 회장직에서 용퇴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948년생이다.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도 1960년생 쥐띠 기업인들이 많다. 우선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에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사장과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이 1960년생 쥐띠다. 국가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를 이끄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1960년생이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 조경수 롯데푸드 사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장재영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도 1960년생 쥐띠 CEO들이다. 김규영 효성 사장, 박준 농심 부회장, 태기전 한신공영 사장은 1948년 쥐띠로 노익장을 보일 태세다. 1972년생은 안병준 한국콜마 사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등이 있다.
저금리 국면에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금융권에서도 쥐띠 CEO들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권 쥐띠 CEO로는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이동빈 SH수협은행장이 있고 카드 업계에는 상위 3사 CEO인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이 있다. 생명보험 업계 1·2위인 삼성생명의 현성철 사장과 한화생명의 여승주 사장도 모두 1960년생 쥐띠다.
NH농협금융지주 출범 이래 첫 3연임 CEO 기록을 세운 이대훈 행장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예대마진 하락 등의 악재 속에서도 2년 연속 연간 순익 1조원 달성과 건전성 지표 개선이라는 경영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내년에는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자산관리 부문 위축이 불가피한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기업 성장 정체로 대출 영업에도 제동이 걸리겠지만 고객중심주의와 디지털 투자, 신성장동력 발굴로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 이 행장은 ‘고객중심의 디지털 휴먼 뱅크로의 대전환’을 새해 전략목표로 세우고 “신뢰도 1위의 대표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자영업 경기 위축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1등 카드사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임영진 사장은 2020년 한 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카드사로서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을 확보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권 쥐띠 CEO들에게도 경자년은 생존비책을 짜야 하는 시기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으로 역마진이 가속화하는데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제도 변화를 앞두고 생보사들은 성장은커녕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쥐띠 CEO들은 민첩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어설 방침이다. 여승주 사장은 “최고 수준의 상품, 판매 채널 경쟁력,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고객에게 믿음과 행복을 주는 넘버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서은영·박한신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