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3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표명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말을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는 비핵화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비핵화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합의문의 ‘넘버원’ 문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예고했던 ‘선물’이 꽃병이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인 제7기 5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을 거론하면서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종식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문제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모라토리엄 문제를 직접 확약했다는 점을 부각해 약속이행을 촉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미관계가 ‘강대강’ 대치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북미 정상 간 좋은 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톱다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김 위원장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다른 경로를 택하기를 희망한다”며 “그가 그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기를,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가 탄도미사일 또는 핵무기 시험발사 및 핵무기 시스템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합의하는 대가로 그러한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약속에 부응했다. 우리는 그 역시 그의 약속에 부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전쟁 우려가 고조됐던 트럼프 행정부 취임 초기의 우려가 지금보다 크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을 직접 자극할 만한 맞대응은 자제해 여전히 외교적 해결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이 약속을 어긴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