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멀어지는 習 중국몽...홍콩 103만 시위·대만도 "수용 불가"

시진핑 일국양제 재차 강조에 반발

홍콩 새해 첫날부터 '5대요구' 외쳐

차이잉원 대만 총통 "홍콩 사태로

일국양제 못 믿어" 반침투법 통과

習, 홍콩 흡수후 대만 통일구상 삐걱

홍콩 경찰이 1일(현지시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곤봉으로 진압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홍콩 경찰이 1일(현지시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을 곤봉으로 진압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신년사에서 강조한 통일전선전략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하루 만에 흔들렸다. 홍콩인들은 연말연시에 103만 민주화 시위로 맞섰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일국양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중심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로 가득 찼다.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새해 첫날 빅토리아공원에서 주최한 대규모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5대 요구’를 외치며 센트럴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시민들은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섯 손가락은 △송환법 철회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가리킨다.

일부 시위대는 도심의 차이나라이프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HSBC은행 지점에 있는 현금인출기와 유리벽 등도 부쉈다. 시위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진행됐는데 대규모 인원동원을 두려워한 홍콩 정부는 매년 열리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마저 취소하기도 했다.


홍콩인들의 이번 대규모 시위는 지난해 12월31일 밤 TV로 중계된 시 주석의 2020년 신년사를 거부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홍콩의 번영을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다며 일국양제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마카오의 성공적 실천이 입증했듯이 일국양제는 완전히 실행 가능하며 민심도 얻었다”면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은 홍콩 동포들의 바람이자 조국(중국) 인민들의 기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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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콩인들은 지난 7개월 동안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민주화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구의회 의원 당선자이기도 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정부가 우리의 5대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홍콩인은 투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간의 시위 과정에서 홍콩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다. 홍콩의 2019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2.9%를 기록했으며 4·4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홍콩의 2019년 경제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홍콩에서 반중·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경제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시 주석이 ‘중국몽’의 핵심으로 내세운 일국양제가 휘청거리게 됐다. 홍콩을 흡수한 후 대만까지 ‘통일’하려는 구상이 어그러진 것과 함께 중국 남부 경제까지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중국 일국양제의 또 다른 대상인 대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차이 총통은 이날 신년 담화에서 “일국양제 대만 방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을 예로 들어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동시에 한 국가에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홍콩의 사례는 우리에게 일국양제가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역설했다. 또 전날 대만 입법원(국회)은 중국의 대만 정치개입을 막는 ‘반침투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랑셰는 “차이 총통이 오는 11일 대만 대선에서 재선되고 또 미국의 대만 지원이 계속된다면 대만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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