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5) 전 법무부 장관과 또 다시 기소된 정경심(58) 동양대 교수가 마지막 기소 건에 대해선 아예 다른 재판부를 배정받으면서 재판만 4개로 나눠 받게 됐다. 검찰의 쪼개기 기소와 법원의 공소장 변경 불허로 정 교수 재판 양상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전 장관 가족비리 혐의 사건을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에 배당하면서 함께 기소된 정 교수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 맡겼다. 기존에 정 교수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와는 다른 재판부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정 교수와 공소사실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사건을 기존 정 교수 재판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 기소 건도 형사합의25부에 배당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재정합의를 거쳐 사건을 단독재판부에서 합의부 사건으로 변경하면서도 기존 재판부에 배당하지는 않았다. 검찰 측 요청을 일단 배제한 것이다. 형사합의21부는 선거·부패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로 현재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 동생 사건을 맡은 재판부다.
정 교수의 새로운 혐의가 전혀 다른 재판부로 배당되면서 재판부 배정이 이대로 굳어질 경우 정 교수는 무려 4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우선 기존 형사합의25부에서 동양대 총장상 위조 혐의로만 재판을 두 번 받는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 9월6일 저녁 정 교수에 대해 기습적으로 공소장을 제출한 뒤 재판절차 중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한 공소장을 추가로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찰은 이에 항의하다 지난달 17일 동양대 총장상 위조 혐의에 대해서만 공소장을 또 제출했다. 한 재판부에서 한 사건을 두고 공소장 3개가 오간 끝에 2개의 재판을 하게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사실관계가 어긋나게 된 기존 사건은 무죄로 마무리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 교수의 또 다른 재판은 기존 입시비리·사모펀드 사건 관련이다. 이 역시 형사합의25부에서 심리한다. 형사합의25부는 오는 9일 오전 10시 기존 동양대 총장상 위조 사건에 대해 다섯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바로 이어서 오전 10시30분 입시비리·사모펀드 사건과 관련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여기에 형사합의21부가 새로 제기된 입시비리·사모펀드 혐의를 별도 심리하게 되면서 정 교수 재판은 더 잘게 쪼개졌다. 새로운 혐의는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돠 동양대 인문학 프로그램 수료증 허위 제출, 사모펀드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이다.
정 교수 재판이 이렇게 복잡하게 나뉜 것은 우선 검찰이 공범 수사 등을 이유로 공소제기를 여러 차례 나눠 한 데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혐의 대부분에 정 교수가 관여돼 있다고 보고 수사 진행 단계마다 혐의들을 쪼개서 재판에 넘겼다. 게다가 법원이 공소장 변경, 사건 병합 등 검찰 측 요청에 적극 화답하지 않으면서 정 교수 재판은 중구난방 양상으로 출발하게 됐다.
다만 조 전 장관 본인을 포함해 사건들을 한 데로 병합해 달라는 검찰 측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여지가 아직은 있다는 분석이다. 올 2월에 있을 법원 정기 인사도 변수다. 법원 안팎에서는 관련 재판부들이 정 교수 사건 병합 여부를 두고 조만간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일단 형사합의21부로 배당은 됐으나 재판부들이 향후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