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에브리웨어.’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0’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양한 스크린 라인업을 바탕으로 ‘디지털 화면의 일상화’를 선언했다. 또 현재 구현 가능한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더 월’의 88인치와 150인치 모델을 공개하며 미래 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삼성 퍼스트룩 2020’ 행사를 개최하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스크린을 최적화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신규 더 월 라인업을 올 하반기께 시장에 내놓고 프리미엄 TV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ES에서 75인치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는 라인업을 한층 확장하면서 ‘마이크로 LED’의 일상 침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마이크로 LED가 △화면 크기 △화면비 △해상도 △베젤의 제약이 없는 만큼 향후 천장이나 가전제품 내 탑재는 물론 게임 등 사용 영역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피커를 일체화한 큐브(Cube)를 비롯해 선반 위에 분할된 스크린을 얹어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선보이는 셸프(Shelf), 화면을 사용하지 않을 때 거울로 전환되는 미러(Mirror)와 같은 마이크로 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제품도 공개했다. 한 사장은 “이제 더 월은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표준이 돼가고 있으며 단순히 스크린이 아닌 주거 환경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마이크로 LED를 설명할 때 ‘TV’라는 단어를 일절 쓰지 않는 등 관련 폼팩터의 무한 확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관람객들 또한 이날 공개한 제품 중 마이크로 LED에 대한 호응이 가장 높았다. 행사장 한쪽에 설치된 292인치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디지털카메라로 계속 찍으며 온라인 생중계에 한창이던 스위스 국적의 로렌즈 켈러씨는 이번 제품을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해 대비 마이크로 LED 기술이 한층 고도화된 것 같으며 눈을 떼기 힘든 화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크린 에브리웨어’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TV 라인업도 공개했다. 테두리를 없앤 베젤리스 TV를 공개한 데 이어 1,000여개의 미술작품을 스크린에 띄워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더 프레임’ 라인업에 32인치와 75인치를 추가했다. 또 스마트폰과 같은 세로형 디스플레이로 모바일 콘텐츠 이용시 높은 몰입감을 자랑하는 ‘더 세로’는 국내에 이어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도 연내 내놓는다. 더 세로는 시청하는 콘텐츠에 따라 43인치 QLED 디스플레이를 가로 혹은 세로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이날 행사에서 첫 공개한 2020년형 ‘QLED 8K’는 화질과 사운드도 신규 AI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화질을 업스케일링 해주는 ‘AI 퀀텀 프로세서’에 딥러닝 기술을 추가 적용하는 방식으로 영상의 밀도를 높였으며 영상 속 사물의 움직임을 인식해 사운드가 TV에 탑재된 스피커들을 따라 움직이는 OTS, TV와 사운드바의 스피커를 모두 활용해 최적의 사운드를 찾아주는 ‘Q-심포니’ 기능 등을 대거 탑재했다.
한 사장은 “삼성전자가 스마트 TV를 선보인 지 10여년이 됐다”며 “앞으로 AI 기반의 혁신적인 삼성 인텔리전트 스크린을 ‘퀀텀닷 AI’라고 규정하고 스크린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사장은 이날 퍼스트룩 행사 직후 간담회에서 QD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LED 간 시장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질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효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이크로 LED의 기술과 관련해서는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수율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다”며 “14년 연속 TV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는데 계속되는 기술 진화로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