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으로 향한 철강 물량이 쿼터(평년 물량의 7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시황이 악화한데다 미국이 개별제품에 반덤핑관세를 지속적으로 물린 탓이다.
7일 관계부처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제품 규모는 230만톤으로 집계됐다. 매달 평균 20만톤 규모로 수출한 만큼 지난해 총수출 규모를 250만톤 수준으로 철강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수출실적이다.
앞서 미국이 2018년 철강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자 정부는 관세 면제 조건으로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로 수출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고율 관세로 시장의 경쟁력을 잃기보다 적은 물량이라도 안정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출물량은 평균 수출량의 65% 수준에 그쳐 쿼터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허용물량만큼도 수출하지 못한 것이다.
수출실적이 쿼터를 밑돈 것을 두고 업계는 현지 시장 상황이 우선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현지 가격이 급락하자 철강업체들이 미국 수출물량을 조절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지 철강시장 가격을 가늠할 수 있는 열연 가격은 지난해 12월 쇼트톤(907㎏을 1톤으로 하는 계산단위)당 580달러로 1년 전보다 23% 이상 줄었다.
미국이 부과하는 반덤핑·상계관세도 수출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1월까지 파이프의 대미 수출규모는 72만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11.7% 줄었다. 미국 상무부가 유정용 강관 등 파이프 제품에도 10% 이상의 관세를 물린 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 파이프와 함께 수출의 한 축을 맡은 판재 제품의 수출 여건도 녹록지 않았다. 상무부는 2016년 주요 판재 제품인 열연강판에 대한 원심에서 포스코 제품에 58.68%의 상계관세를 물린 바 있다. 지난해 6월 1차 연례재심에서 관세율을 0.55%로 낮추기 전까지 높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자 포스코는 미국 수출물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철강시장 가격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개별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공세도 이어지는 터라 올해 수출실적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미 상무부는 최근 한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관세율을 19.87%로 확정해 전보다 3배가량 올려 잡았다. 열연·냉연 등 다른 판재 제품에 대한 관세는 대폭 낮추고 있으나 파이프 제품의 관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쿼터제 대신 25% 추가 관세를 수용했다면 시장 가격이 지금처럼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철강업체의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면서도 “수출물량이 제한된데다 반덤핑 공세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수출실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