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건설한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줄어든 중국 관광객의 빈 자리를 메울 대안이 좀처럼 도출되지 못하면서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올해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에 기항할 예정인 크루즈는 3월 4척, 4월 3척, 5월 1척, 7월 1척, 10월 2척, 11월 2척 등 총 13척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연초에 예상한 18척 가운데 연말까지 실제 기항한 크루즈가 10척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인천항 크루즈 유치 실적에서 최악의 해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
인천항에 입항한 크루즈는 2016년 62척에 달했지만, 2017년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발 크루즈의 인천 기항이 끊기면서 2017년 17척, 2018년 10척, 지난해 10척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IPA)는 국비 356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186억 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개장했다.
크루즈 터미널은 축구장 면적의 약 8배인 5만 6,005㎡의 부지에 지상 2층, 연 면적 7,364㎡ 규모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 5,000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터미널은 크루즈가 입항하는 날만 문을 열고 다른 날은 활용하지 않는 탓에 지난해 7∼8월에는 대합실과 입국장 주변 천장에 결로 현상과 곰팡이가 피는 등의 피해를 봤다.
크루즈 기항은 부두를 사전에 확보해야 하는 탓에 최소 6개월 전 항만 당국과 일정을 조율하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나타난 올해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공사는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해 7월 1,200억 원짜리 애물단지가 된 크루즈 전용 터미널에 대해 평상시 활용 방안을 찾겠다며 전문가 자문단까지 구성했지만, 해를 넘긴 현재까지 터미널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IPA는 크루즈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인천을 출발하는 5항 차의 모항(母港) 크루즈 선을 직접 띄우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관광개발과 코스다 등 국내외 크루즈 선사 및 여행사를 대상으로 인천~중국~일본~러시아, 인천~제주~대만~부산 코스를 운영한다. 또 중국발(상하이, 톈진 등)과 아시아 발(일본, 대만), 월드 와이드 등을 대상으로 상하이~인천, 톈진~인천, 대만 기륭~인천, 후쿠오카~인천 등을 항로를 운영해 45항 차의 기항 크루즈 선도 유치한다. 이를 위해 해외 포트 세일즈와 1대1 유치 마케팅, 해외 항만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짤 계획이다. 이밖에 크루즈 터미널에 갤러리를 운영해 수도권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진을 모아 전시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크루즈 관광업계는 한한령이 풀리면 예전처럼 중국∼일본 크루즈의 중간 기착지로 인천을 찾을 계획이어서 현지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크루즈터미널 옆 등대와 연계해 관광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