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윤종원 기업은행장 인사카드로 노사갈등 푸나

[파이낸셜 포커스-노조와 나흘째 대치...해법은]

업무공백 해소 위해 타협점 모색

수석부행장 자리 노조 요구 수용

신뢰높은 계열사사장 선임 가능성

'勞와 협의' 리더십 첫 시험대될듯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서울경제DB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서울경제DB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동조합의 반발로 나흘 째 본점 출근에 실패한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 수습에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은행 임원 뿐만 아니라 계열사 대표의 임기도 줄줄이 끝나고 있는 상황이라 윤 행장이 노조와의 협상을 위해 인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하반기부터 이어진 업무 공백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노사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이날 본점 출근을 시도하지 않고 외부 일정을 수행했다. 지난 3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의 벌여온 노조와의 접촉을 줄여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윤 행장은 지난 3일과 7일 본점으로 출근했다가 노조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현재 윤 행장은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임시 사무소를 마련하고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노조의 반발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윤 행장은 임원 인사로 노조와의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는 노조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수석부행장 자리에 직원들과 노조의 신망이 두터운 내부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의점 모색은 윤 행장이 은행장으로서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에 오르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시작부터 노사 갈등, 인사 조치 등 은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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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1월 중순에 이뤄진 내부 임원 인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노사 갈등 장기화를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장이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서 임원인사까지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 5명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계열사 사장의 임기도 일찌감치 끝난 상황이다.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17년 수출입은행장 임명 당시 노조 반발에 1주일 만에 본사로 출근한 바 있다.

윤종원(왼쪽)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과 대립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종원(왼쪽)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과 대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장이 누가 오느냐를 놓고 사실상 장기간 업무 공백 상태였고, 새 행장도 임명됐으므로 하루빨리 행장이 취임해 업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53%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책은행”이라며 “정부가 임명한 인사를 노조가 언제까지 막아설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도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내 금융에 전문성이 없다고 하는데, 가장 왕성하게 업무 지식을 습득할 사무관·서기관 때 재정경제원(기재부의 전신) 금융정책국에 몸 담아 금융 잔뼈가 굵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 측은 내부 행장이 재임한 지난 10년 기업은행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윤 행장 취임 반대 논리로 내세우지만 다른 은행 모두 실적이 좋은 상황에서 기업은행만이 경영을 잘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2018년 당기순이익은 1조 5,11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5% 뛰었지만 국내 은행 전체 평균 당기순이익 증감률 40.2%였다. 특히 행장 인사를 앞두고 내부에서 여러 투서가 나왔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돌 정도여서 외부 인사로 ‘충격요법’에 따른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지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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