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부스에 자동차가 없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8일(현지시간) ‘CES 2020’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식당에서 서울경제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CES 포럼’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업종의 장벽이 사라지는 현실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우리 스타트업도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는 한편 모든 산업에서 고정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래기술 초격차,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과 스타트업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관련기사 2·3·4·5·16면
자율주행 라이다 업체인 SOS랩의 정지성 대표는 “예전에는 가전전시회인 CES에 자동차 업체가 왜 많은지 의아했는데 올해는 현대차가 자동차 대신 플라잉카를 가지고 나와 또 놀랐다”며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자동차뿐이 아님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하늘을 나는 개인용 비행체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선보였고 우리에게 익숙한 4바퀴 달린 자동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우리나라의 산업은 유연성이 부족하고 프레임에 갇혀 있는 구조인 것 같다”며 “프레임을 깨고 유연해져야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CES 2020에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인공지능(AI) 동맹을 제안했고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모바일 부문이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또 한국 스타트업과 해외 스타트업 간 기술격차는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뇌 과학 전문 스타트업 뉴로핏의 빈준길 대표는 “CES에 와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이 해외 기업보다 부족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최근 북미영상학회를 주도하는 것도 한국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제해결 능력 등 혁신의 측면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이 다소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미국과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격차는 없다”면서 “하지만 혁신이 가능해지도록 문제를 이해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양국 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스타트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하 대표는 “로봇 부품으로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국토교통부의 승인에 막혀 결국 중국에서 일본 업체가 만든 배터리를 공수해야 했다”며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한국에서는 안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이재용·박호현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