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트럼프, 김정은 생일축하에 김계관 "제재와 나라의 중핵 '핵' 바꾸지 않을 것"

北 '이란' '탄핵' 트럼프위기中 협상력제고

김계관 "우리는 우리가 갈 길 잘 알고 있어"

트럼프 메시지 공개한 南에 "자중하라"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에서 회담하고 있다./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에서 회담하고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정상 간 톱 다운 외교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북한이 11일 미국의 제재완화에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는 대이란 사태와 탄핵정국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상황을 활용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이란의 군 수뇌부를 ‘핀셋’ 제거한 미군의 참수작전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고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평화적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고문은 “명백한 것은 이제 다시 우리가 미국에 속히워 지난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으며 회담탁 우(위)에서 장사꾼들처럼 무엇과 무엇을 바꿈질할 의욕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탁에서 1년 반이 넘게 속히우고 시간을 잃었다”고 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부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제시했던 지난해 ‘연말 시한’까지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북미 정상 간 친분이 북미협상에 직접적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각에서 제기된 정상 간 톱 다운 외교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그는 “세상이 다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런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혹여 우리가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진다거나, 또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 보려고 머리를 굴려보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김 고문은 전날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격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자중하라”고 경고했다.



김 고문은 “남조선 당국이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통지문으로 알려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며 “아마도 남조선 당국은 조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한집안 족속도 아닌 남조선이 우리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달한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저들이 조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 것 같다”고 평가 절하했다.

또 “수뇌들 사이에 친분관계를 맺는 것은 국가들 간의 외교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마당에 우리가 무슨 생일 축하 인사나 전달받았다고 하여 누구처럼 감지덕지해 하며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며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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