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간 성추행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유아 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가 ‘엄마’들의 반대로 철회됐다. 유아·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기 성교육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묻혀 일단 좌절된 형국이다.
12일 정치권 및 시민단체에 따르면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아기부터 내실 있는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최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법안은 만 4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건강한 성 의식을 함양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립하기 위한 교육을 연간 10시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상 아동 성교육은 안전에 대한 교육 중 하나로 성폭력 예방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후 육아·출산 경험을 가진 학부모 쪽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맘카페 회원 등 학부모들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 의원실뿐만 아니라 법안에 함께 이름을 올린 다른 국회의원실에도 전화해 발의 철회를 요구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아동에게 불필요한 성 지식을 일찍 노출시켜 성 정체성의 혼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립하는 교육이 동성애와 트렌스젠더 등으로 이어진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 발의 후 10일 만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반대 의견은 1,700여개에 달했다. 가뜩이나 총선이 10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공동발의 의원들은 하나둘 발을 뺐다. 정 의원실 측은 “초등학생도 성교육을 받기에 이르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었다”며 “10명 이상 동료 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유아부터 성폭행을 예방하는 데서 나아가 성인식 전반에 대한 성교육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소극적인 성교육으로는 ‘성남 어린이집 성추행 사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유네스코에서도 만 5세 이상 아동에게 성교육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아동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도 자녀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도 “요즘은 아동들이 성에 노출되는 시기가 빨라지는 만큼 성교육이 조기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법 개정안 주요 내용
·만 4세 이상 아동 대상
·건강한 성의식 함양 성적 자기결정권 확립 교육 실시
·연간 10시간 이상 실시
·교육 계획 및 실시결과 관할 교육감에 매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