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마지막으로 초코케이크를 꼭 먹고 죽을거야.”
어머니는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딸의 모습을 아련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딸은 당신의 생일 케이크도 먹지 못하는 어머니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머니는 임신한 이후 평생 당뇨를 앓게 돼 단 음식은 일절 입에 못 댔다. 훗날 딸은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처럼 달콤한 맛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식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기능성 식품 스타트업 기업인 ‘설탕없는과자공장’ 오세정 대표(32)의 얘기다. 13일 만난 오 대표는 “어머니의 존재가 곧 제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에요. 효녀 심청 같죠”라며 웃었다. 20㎡(6평) 남짓한 과자가게에서 시작한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이제 어엿한 식품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중이다.
Q.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어떤 목표를 갖고 만든 기업인가?
과자와 빵은 설탕이 들어가야 맛있다는 통념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자와 빵 레시피를 보면 설탕을 거의 들이붓다시피 한다. 물론 맛있긴하나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중인 분은 안심하고 먹을 수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당뇨 환자를 위한 무설탕 제품이 마트의 한 코너를 이룰 정도로 많은 반면 우리나라엔 없다. 거기서 가능성을 엿봤다.
Q. 설탕 없이 어떻게 달콤한 맛을 내나?
설탕 대신 선택한 것은 대체감미료 말티톨과 에리스리톨, 스테비아다. 말티톨과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스테비아는 허브 식물에서 나온 감미료다. 혈당지수와 열량이 설탕보다 낮아 빵과 초콜릿 등 가공식품에 널리 쓰인다.
Q. 레시피는 직접 개발했나?
그렇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베이커리는 내 전공 분야가 아니라 결코 쉽지 않았다. 제과제빵 학교를 다니고 이름난 베이커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본기를 익혔다. 레시피 중 설탕만 대체감미료로 바꾸면 된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반죽 배합의 물성이 달라져 과자와 빵의 식감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오랜 테스트가 필요했다. 혼자 반죽을 만들어 굽고 맛본 후 버리기만 수천 번을 반복했다. 그렇게 40여가지 무설탕 과자와 빵 레시피가 탄생했다.
Q. 제품군은 어떻게 되나?
처음엔 설탕만 들어가지 않은 ‘크리스피 쿠키’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설탕과 밀가루 둘 다 안 쓴 식품으로 제품 범위를 확장했다. ‘콩브라우니’와 ‘콩쿠키’, 파운드케이크(단단파운드)는 콩가루를, 스콘은 아몬드 가루를 밀가루 대신 활용해 만든다. 현재 20여가지의 슈가프리 빵, 과자, 시리얼 제품이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W쇼핑 등에서 판매중이다.
Q. 대기업을 관두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첫 직장으로 이랜드 전략기획실에 입사했지만 자원해서 외식사업부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식품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내 열정을 온전히 쏟고 싶어 창업의 길을 택했다. 부모님께서는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두냐”며 나무라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창업 후 어머니께 무설탕 케이크를 만들어드렸는데 우시더라. 그 순간 창업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설탕없는과자공장은 창업한 지 2년 만에 식품제조업 면허를 받고, 지난해 지금의 300㎡(90평)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6평짜리 매장에서 시작했을 때보다 규모만 15배 커졌다. 혼자였던 회사엔 직원 10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제품은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나 지난해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한 까닭에 20, 30대 젊은 고객이 많다. 최근엔 당뇨 간식을 찾는 50, 60대에서도 문의가 빗발친다.
최근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획득했다. 식품을 온라인으로 거리낌 없이 사는 시대가 된 만큼 위생적인 생산시설이 곧 고객 신뢰와 연결된다.
Q. 사업 후 어려움은 없었나?
설탕없는과자공장 설립 이전 미국에서 무설탕 초콜릿을 수입하는 사업에 먼저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수요보다 수입 비용이 지나치게 높았다. 차라리 “내가 식품을 만들어서 팔겠다”고 방향을 틀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설탕없는과자공장의 문을 연 후엔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을 보고 돌아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어려웠다. 제품의 원재료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했다. 덕분에 재구매율이 높아졌다.
Q. 앞으로 어떤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가?
더 많은 슈가프리 간편식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디저트 위주 제품에서 벗어나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많은 시리얼 ‘그래놀라39’를 출시했다. 식단 관리할 때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간편 대용식 제품 종류를 늘릴 생각이다. 나한과와 같은 천연 감미료를 적용한 제품도 계획중이다. 올 상반기 총 4종의 신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