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美, 이란 제재에…한은 초과지준금 3.3조 '사상 최대'

거래 막힌 이란 멜라트 은행

무이자에도 현금 대거 예치

美 추가제재 대비 자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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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이 지난해 10월 기준 3조2,874억원으로 201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거래가 막힌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자산을 한은에 맡긴 탓이다. 이달 초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미국이 추가 경제제재 부과를 경고함에 따라 한은의 초과지준금은 당분간 계속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초 1,000억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초과지준금은 5월에 2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한 후 6월부터는 3조원을 넘어섰다. 10월에는 3조2,874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대량 예금인출 등 비상상황을 대비해 은행들은 중앙은행에 일정 비율로 현금을 예치한다. 이 때 법정비율 이상의 자금을 맡기는 것을 초과지준금이라고 한다. 한은은 지준거래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반은행의 초과지준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결국 은행들이 지준금을 법정 비율 이상으로 쌓는 것은 무이자라는 손실을 감수하고도 자금 운용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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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부터 급격히 증가한 초과지준금의 대부분은 이란 멜라트 은행 자금이다. 2018년 재개된 미국의 대 이란 1·2차제재로 인해 이란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의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은 아무 거래를 할 수 없어 계좌는 사실상 동결된 상황이다. 한은 시장운영팀 관계자는 “멜라트 은행이 무이자인 한은 당좌예금에 예치한 것은 운용할 수 없는 자금인데다가 대량의 현금 자산을 금고 등에 보유하는 것보다 한은이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추가 이란 경제제재 등으로 인해 자금이 묶이다보니 지준금으로 계속 쌓아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달 초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한은에 예치된 초과지준금도 현 수준에서 소폭 오를 전망이다.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은행 진출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란 자금이 여전히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멜라트 은행 자금이 모두 반영된 상태라 초과지준 규모는 현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제재가 언젠가는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폐쇄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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