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관악구에서 부모의 학대행위로 5세 여아가 여행가방에 갇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이번에는 경기 여주시에서 한 계모가 의붓아들 A군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계모는 A군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속옷만 입힌 채 찬물이 담긴 욕조에 있게 했다. A군은 지난 2016년에도 학대를 당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보호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가정에 복귀했다가 부모의 학대로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가해행위자와 피해아동이 다시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학대 범죄의 경우 피해아동에 대한 사후관리를 지속하는 등 재학대 예방이 중요하다. 하지만 되레 재학대 사례가 늘면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사후관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학대를 겪은 아동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학대를 겪은 아동 가운데 2018년 한 해 동안 다시 학대를 겪어 재학대 사례로 분류된 경우는 2,195명이다. 이는 2016년(1,397명)에 비해 57.1%나 상승한 수치다. 이마저도 최근 5년 안에 신고된 건수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재학대 건수는 이보다 많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지어 2018년의 경우만 해도 가정에 복귀했거나 학대 이후에도 해당 가정에 방치된 아동의 비율은 1,925건(75.7%)에 달한다.
문제는 재학대가 우려되는 부모가 기관의 사후관리를 거부해도 이행을 강제할 근거가 없어 모니터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동복지법의 관련 조항은 ‘가정으로 복귀한 아동의 가정을 방문하는 등 필요한 지도·관리를 제공해야 한다’고만 규정해 부모가 이들 조치를 거부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이다. 국회 복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아동복지법 관련 조항이 사실상 허수아비 조항이다 보니 재발 방지에 무력하다”며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학대 경험이 있는 부모가 전문기관 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을 다시 집으로 데려간다고 밀어붙여도 이를 막을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에 숨진 A군 역시 33개월 동안 분리돼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빌미로 계모가 ‘더 이상의 체벌은 없도록 하겠다’고 기관에 알린 후 집으로 데려간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A군의 몸에는 다수의 멍 자국이 발견될 만큼 심한 학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권리보장원의 한 관계자는 “부모가 아동을 데려가겠다고 주장하면 우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