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시장경제선 상상못할 통제"...참여정부도 한때 검토했다 폐기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꺼낸 靑]

1주택자도 기존 집 팔아야 허가..위헌소지 가능성

추가 대출규제·전월세상한제 등 '슈퍼대책' 만지작

"관치금융 부활·임대주택 시장 수급만 꼬이게 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개업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중개업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추가 대책을 예고한 데 이어 청와대 고위 참모진들이 ‘주택거래허가제’와 ‘대출 금지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시장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책이 하나같이 위헌 논란 등 초헌법적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12·16대책’에서 나온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는 현재 위헌 심판대에 올라가 있다. 특히 주택거래허가제는 참여정부에서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 등으로 검토만 하다 그친 대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각국의 부동산 거래제도가 자유거래·신고제·허가제 등으로 나뉘어 있다”면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억제 대책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택거래허가제, 무주택자만 원칙 허용=주택거래허가제는 참여정부 당시 도입이 검토됐으나 무산됐다. 당시 검토된 내용은 주택거래허가구역에서 무주택자에게만 거래를 허가하고, 1가구 1주택자는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허가한다는 것이다. 2주택 이상은 아예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법인의 주택 매입도 종업원 거주용을 제외하고는 금지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정부는 상당 부분 검토를 마쳤으나 위헌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거세지자 결국 폐기 처분했다. 이정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이나 아파트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검토했는데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한 후 위헌 판정을 받으면 정부의 다른 부동산대책도 무너져버려 안 하느니만 못할 것 같아 다른 방안으로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공론화하는 분위기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5일 “부동산을 투기수단으로 삼는 이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도 허가제 도입은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가 정부에 적극 도입을 지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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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목소리로 위헌 논란은 물론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훼손해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시장에 대한 엄포성 발언으로 보이지만 정부에서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위헌소송이 제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단기효과는 거둘지 몰라도 시장경제에 대한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거래위축·경기침체 등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법적으로 소유권은 사용과 처분권한을 포함하는데 주택거래허가제는 처분권한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부가 강행할 경우 부동산 시장가격은 통제할 수 있지만 주택거래의 경직성으로 인해 경기후퇴 등 거시경제에 분명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 9억 ~ 15억원 대출 금지도 추진=청와대는 또 강력한 추가 대출규제도 암시했다. 9억원 이하의 대출을 축소하고 9억~15억원 이하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울러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현행 2년인 전세계약을 4~6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당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법제화하는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 절차를 밟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전월세상한제 도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하향 조정해 보유세 부담을 높이고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도 강화할 수 있다. 여기에 개발이익환수 대상에 재개발을 새롭게 포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책들이 하나같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법률 위반 소지는 물론 정책의 효과도 불분명하다. 오히려 1주택자 등 실수요자만 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서 교수는 “시장경제에 역행하거나 시장에 대한 엄포용으로 내놓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대출규제는 관치금융을 강화하게 되고 전월세상한제 등은 임대주택시장의 수급을 꼬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 역시 “정부의 수요억제 방안이 단기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주택거래만 위축될 뿐 가격은 되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효·박윤선·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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