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구인 검찰 간부들이 포진해있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으면서 분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법무부가 취하던 ‘선결정-후통보’ 방식이 추 장관 취임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조만간 이뤄질 중간 간부 인사에서 법무부 간부를 주축으로 한 친정권 성향 검사들이 일선 요직으로 배치되면 검찰 곳곳으로 갈등이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 과거 ‘한 집안 한 식구’에서 ‘한 집안 두 식구’로 바뀌었다는 자조가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앞서 발표한 비직제 수사조직 설치 시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특별지시와 직접수사부서 13곳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이날까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구했다. 각각 지난 10일과 13일 언론에 발표하고 난 다음에 대검찰청에 의견을 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일선 부장검사들이 “전부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의견을 제출해봐야 어느 정도나 반영되겠나”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법무부가 이같이 정책 추진을 결정하고 난 뒤에 검찰에 의견을 수렴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오수 당시 장관대행이 대통령에게 직접수사 부서 41곳 폐지 검토 및 각 수사 단계별 장관 보고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는데 대검은 이 보고내용을 며칠 후에야 알게 됐다. 대검은 법무부에서 뒤늦게 자료를 전달받아 대처에 들어갔다. 당시 대검에서는 “이같은 중요 사항을 어떻게 협의 없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수 있느냐”하는 반응이 나왔다.
전날 법무부가 설치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후속조치를 위한 ‘개혁입법실행 추진단’도 대검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검은 법무부의 발표 이후 부랴부랴 검찰개혁추진단 설치를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검찰에서는 법무부에서 일해온 검찰 간부들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아무리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라지만 알만한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 검찰 내외에서 ‘법무 5적’으로 묶인 검사 5명의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린 것도 이같은 여론을 방증한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 보직 지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르면 다음주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둔 상태에서 법무부는 20여개 부장검사급 보직에 대한 지원을 이날까지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법무부 보직은 통일법무과장과 인권조사과장, 국제형사과장, 형사법제과 등 네 자리다. 통상 법무부는 중앙지검과 대검 등을 비롯해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권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한 법무부서 일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계기로 법무부-대검의 갈등이 검찰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정권 성향으로 거론되는 검사들이 대검 및 일선 검찰청 요직에 전진 배치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팀 홍보팀장을 맡았던 심재철(27기) 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전보됐다. 이번 인사에는 앞서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으로 파견받은 이종근(28기) 인천지검 2차장검사,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검찰개혁단장·정책기획단장을 역임한 구자현(29기)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검찰 내부에서 연일 비판을 제기하는 임은정(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 등의 다음 보직이 관심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른 보직 발령은 검사 길들이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친문’ 검사와 아닌 검사로 편이 갈라져 곳곳에서 반목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