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32·KB금융그룹)는 지난해 5월 국내 대회 기자회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도전의 기회를 잡는다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 IOC 선수위원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박인비는 “일단 올림픽에 두 번 출전해야 한다는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임기 8년의 IOC 선수위원은 IOC 활동과 올림픽 등에서 선수 입장을 대변하며 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와 올림픽 종목 결정에도 참여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는 올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야 선수위원 도전의 자격을 얻는다.
박인비가 2020시즌 개막부터 스퍼트를 내고 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시즌 골프장(파71)에서 계속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20만달러) 3라운드에서 박인비는 2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첫날 2타 차 공동 2위, 둘째 날 공동 선두 등 치고 나가는 기세가 심상찮다. 꼭 우승하지 않더라도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태극마크를 놓고 벌이는 집안 싸움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16위로 한국 선수 중 여섯째인 박인비는 오는 6월까지 한국 선수 가운데 네 번째 안에 들어야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이룬다. 박인비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7타를 보탰다. 마지막 18번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적었지만 54홀을 거치는 동안 보기가 단 하나일 정도로 안정적이다. 사흘간 페어웨이 안착률 84.6%, 퍼트 수는 평균 27.3개다. ‘넘버6’의 역습인 셈이다. 박인비는 “시즌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고 있어서 자신감도 생길 것 같다”며 “30대 나이에도 우승할 수 있다면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아직 한 라운드가 더 남았는데 좋은 흐름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3언더파의 박인비는 11언더파 2위 김세영과 최종 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2018년 3월이 마지막 우승인 박인비는 박세리(25승·은퇴) 이후 한국인 두 번째 LPGA 투어 20승을 노린다. 세계 5위 김세영은 지난해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이어 2연승 도전이다. 김세영도 리우 올림픽 대표팀이었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18개 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이어갔다.
김세영과 박인비는 2015년 4월 하와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드라마 같은 연장전을 벌인 사이다. 당시 주인공은 김세영이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칩샷으로 파를 기록, 극적으로 연장에 들어가더니 150야드 샷 이글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의 에이스 하타오카 나사가 10언더파 3위, 태국계 프랑스인 셀린 부티에가 9언더파 4위다. 박인비와 2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1타를 잃어 8언더파 공동 5위로 떨어졌다. 한편 세계 1·2위 고진영과 박성현은 나란히 다음 달 말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