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외교 양대 축인 노동당 국제부장과 외무상을 물갈이하고 대남 업무를 맡아온 인물을 외무성 수장에 앉혀 주목된다. 일단 겉으로는 대미 강경노선을 외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대미 외교의 어려움 속에서 외교 라인업을 물갈이하며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국 대사관들에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임명했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김정은 정권의 외교를 이끌었던 정통 외교관이자 자타공인 ‘미국통’인 리용호가 전격 물러나게 됐다. 앞서 리용호 외무상의 ‘대부’ 격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고 후임에 김형준 전 러시아대사가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대남 라인에 물었다면 포스트 하노이 대미 외교의 실패를 리용호와 리수용 등 기존 정통 외교 라인에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8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대미협상을 이끌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겸임했던 당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내놓았고 일부 관련자들도 처벌을 받았다. 이번에 외무상이 된 리선권도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무성 중심으로 대미 라인을 재편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외무상이 정통 외교관에서 대남 라인인 리선권으로 교체됨으로써 향후 대미 외교에서 김영철계로 분류되는 대남 라인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리선권은 군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군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 남북 군사회담에 관여해온 오른팔이다. 정부 소식통은 “외무상이 된 리선권이 김영철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상황에서 적어도 김영철 라인은 2018년 미국·한국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성과를 만들었다”며 “김영철 라인의 발언권이 살아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