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추운 날씨에 금융감독원 앞으로 시위 군중들이 모였다. ‘PD수첩’에 0원이 찍힌 통장을 보여주며, 은행에 ‘속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은행에서 예적금 만큼 안전하다고 말한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자는커녕 원금 한 푼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가입한 펀드는 DLF(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라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사모펀드다. 펀드는 3,243명이 가입했고, 7,950억 원이 판매되었다.
문제는 해당 펀드가 손실 위험이 큰 초고위험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대한 설명 없이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조작사실까지 드러났다. 심지어는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까지 전문투자자로 등록시키고 펀드를 가입시킨 조작 사실이 드러나며 은행은 사기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예금 이자가 낮아지자, 시중의 은행은 모두 비이자 수익, 특히 수수료 수입에 눈을 돌렸다. 수수료 수익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펀드를 판매하는 것이다. 펀드를 판매하면 은행은 평균 1%가량의 선취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이 수수료는 모두 비이자 수익, 즉 실적에 포함된다. DLF 상품을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비이자 수익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이다. 제윤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DLF상품 판매로 우리은행은 69억 원, 하나은행은 119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펀드를 판매한 직원들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PD수첩’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펀드 판매를 한 직원들의 이름과 판매실적에 등수를 매겨 ‘판매왕 리스트’를 내부 게시판에 공개했다. 우리은행도 다르지 않았다. 담당 임원이 영업본부를 방문해 상품 판매를 독려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은행 직원들은 예금과 적금을 하러 온 고객들을 VIP룸으로 안내하고, 위험 1등급의 펀드를 가입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적 압박의 피해는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평생 은행에 성실하게 예금을 해온 정년퇴직자, 도우미 등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DLF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사과문을 배포했다. 그러나 DLF 사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은행 손태승 회장은 2019년 12월 30일 우리금융지주의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금융투자 부사장을 겸직했던 장경훈 사장은 하나카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예금을 하러 단골 은행에 들렀다가, 사기 권유에 속아서 DLF에 든 서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는데, DLF를 판매한 직원들과 임원들은 책임은커녕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동안 은행의 사기판매 문제는 끊임없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나은행은 키코 사태로 곤욕을 겪었고, 우리은행은 파워인컴펀드 사건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은행은 12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키코, 파워인컴펀드에 이어 DLF 사태까지 계속해서 반복되는 은행 사건사고들, 그 원인은 무엇일까? ‘PD수첩’에서 그 실태를 고발한다.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