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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45> 20년만에 소득 12배 늘었지만...성장 갉아먹는 빈부격차 심화

■ 中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의 明暗

中 정부 "중산층 사회 진입"...'샤오캉' 실현도 눈앞

양극화로 젊은층 결혼·출산 기피...고령사회 빨라져

'중진국 함정' 빠지지 않으려면 소득구조 개선 시급

지난 20일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귀향하는 중국인들이 상하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기적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AFP연합뉴스지난 20일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귀향하는 중국인들이 상하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기적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AFP연합뉴스



지난주 중국과 관련해 상반된 의미로 읽히는 두 개의 기사가 나왔다. 중국의 빈부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우선 중국 충칭시 출신 부동산 재벌인 청충키우 CC랜드홀딩스 회장이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의 대형맨션을 2억500만파운드(약 3,100억원)에 구입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맨션은 침실 20개와 접견실 등을 포함한 총 48개의 방, 수영장, 체육관, 부속건물을 가진 7층짜리다. 영국 역사상 가장 비싼 주택을 중국인이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기사는 슬픈 이야기다. 가난으로 인한 영양실조로 우화옌이라는 구이저우성 여대생이 지난 13일 사망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아픈 남동생의 치료비를 감당하면서 어렵게 살았지만 결국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24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사망 시 그의 키는 135㎝, 몸무게는 22㎏에 불과해 영양실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양극화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17일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99조865억위안, 1인당 GDP는 1만276달러를 기록해 1만달러 선을 역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알린 가운데 국내외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31일 저녁 방송으로 전국에 중계한 2020년 신년사를 “중국은 GDP 100조위안에 육박하고 1인당 1만달러 수준에 돌입했다”로 시작했을 만큼 중국 정부는 이제 ‘중산층 사회’가 됐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빈부격차를 직접 느끼는 일반 중국인들은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1인당 GDP 1만달러 달성만 놓고 비교하면 중국은 한국보다 한 세대가 늦다.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서 1960년대부터 본격화한 경제개발을 통해 30여년 만인 1994년 1만달러 시대(1만206달러)를 열었다. 중국도 ‘문화대혁명’이라는 폐허에서 출발했는데 1990년 무렵부터 개혁개방에 본격 착수했고 결국 30년 만인 지난해 1만달러를 달성했다. 중국의 경제개발이 늦은 것은 스스로의 잘못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1만달러 시대가 중국인들과 중국에 역사상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GDP 총 99조865억위안을 인구 14억5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GDP는 7만892위안이 된다. 중국 당국이 이를 달러화로 환산한 것이 ‘1만276달러’다. 2018년에 미화로 9,731달러였으니 개인소득은 1년 만에 5.6%가 늘어난 셈이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1%인 데서 인구증가율만큼을 뺀 것이 1인당 GDP 증가율이다.



세계은행(WB)은 1인당 GDP가 1만2,376달러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국가’로 분류하는데 중국은 그 문턱에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오는 2025년이면 1인당 GDP 1만2,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21일 “14억 인구의 평균 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중국인의 기쁨일 뿐 아니라 세계 언론과 학자들로부터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자평했다.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할 때 1인당 GDP는 156달러에 불과했다. ‘개혁개방의 총지휘자’인 덩샤오핑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유다. 그는 이를 두고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아야 좋은 고양이라는 이야기)’을 펼쳤다. 물론 중국의 눈부신 성장을 이야기할 때 제2차 세계대전 직후나 문화대혁명 직후를 기본으로 두고 ‘기적’을 이뤘다고만 보는 데는 문제가 있다. 역사상 많은 시기에 중국은 세계 최강국이었고 소득수준도 최상위였다. 중국인들의 말처럼 아편전쟁 이후 100년 동안은 역사상 굴욕의 시기였다.

개혁개방 추진에도 불구하고 완만하게 상승해온 중국인들의 소득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무역질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9년 873달러였던 1인당 GDP는 2001년 1,053달러로 1,000달러 선을 가뿐히 넘었고 2006년(2,099달러)에는 2,000달러 선도 돌파했다. 즉 5년 만에 소득이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어 4년 만인 2010년 4,550달러로 또다시 2배가 됐다가 드디어 2019년 1만달러를 달성했다. 즉 WTO 가입을 전후한 20년 만에 개인소득이 12배나 뛴 셈이다.

중국인의 생활도 크게 변했다. 1990년대 생활필수품이 라디오에서 TV·스마트폰으로, 자전거에서 승용차로 각각 바뀌었다. 막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미국에 이어 국가 GDP 2위까지 달성했으며 이제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 됐다. 중국인들이 스스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과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1만달러 시대에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빈부격차다. 경제가 성장하며 이제 먹고 살 만해졌는데 이것이 오히려 사회안정을 흔들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1만달러 시대를 향유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중국의 2018년 1인당 가처분소득은 2만8,228위안(약 4,100달러)에 그쳤다. 주택임대료가 너무 높아 이를 빼면 실제로 쓸 돈이 별로 없는 것이다. 2019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2.9%였고,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4.5%나 됐다. GDP 성장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성장률은 얼마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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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확대되면서 2017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7이었다. 한 사회의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상 폭동 직전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강권통치로 이를 억누르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빈부격차는 개혁개방의 산물이기도 하다. 덩샤오핑은 경제성장을 위해 ‘선부론’을 제창했다. 14억 인구를 한꺼번에 부자로 만들 수 없으니 일부 지역이나 사람들이 먼저 부자가 되고 이후 전체를 끌고 가자는 것이다. 이 덕분에 광둥성이나 저장성·상하이 일부는 부자가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들이 나머지 지역을 끌고 가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40여년간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상태로 남았다.

공산당 일당체제 하의 중국 당국이 성장률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오면서 빈부격차를 용인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상속세가 없으며 부동산 보유세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물쓰듯 돈을 쓰는 일부 계층이 있는가 하면 굶어 죽는 사람들도 생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윈난성의 한 소수민족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9일 윈난성의 한 소수민족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런 빈부격차는 중국의 미래도 갉아먹고 있다. 천정부지의 주택가격과 물가로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면서 중국의 출생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고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률은 인구 1,000당 10.48명으로 사상 최저였으며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12.6%로 ‘고령사회(14% 이상)’ 직전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7년 절대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일부 기관은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본다. 1인당 GDP 3만달러 대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일본·한국과 달리 중국은 1만달러 대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세계의 공장’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산층은 지난 40년 동안 고도성장의 최대 수혜자였지만 이제 그들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1만달러 시대라는 환상에만 젖어 있다면 향후 닥칠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10%를 넘던 경제성장률이 후퇴를 거듭하며 내년에는 5%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1만달러 시대를 2021년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이른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의 중요 지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건은 1인당 GDP 1만달러 시대 이후 생산과 소득이 정체되면서 일부 나라들이 경험했던 ‘중진국 함정’을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다. 리쉰레이 중타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구조를 개선하고 내수를 확대하며 기술을 혁신하는 것이 건실한 고소득국가가 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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