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보험계약을 대리해서 모집하는 ‘보험법인대리점(GA)’의 영업 관행이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결과 나타났다. 일부 GA는 막강한 영향력을 무기로 우수 보험설계사의 해외여행 경비를 보험사가 대납하라고 ‘갑질’을 했고 GA임원, 지점장, 설계사가 허위 계약을 작성하고 수수료를 챙긴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22일 금감원은 2019년 리더스금융판매, 글로벌금융판매, 태왕파트너스 등 3개 GA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GA는 매년 우수 보험설계사 600~800명에게 해외여행을 시상하면서 보험사에 수 십억 원 규모의 여행경비를 요구했다. 이는 약정된 수수료 이외의 부당한 요구일 수 있지만 보험사는 GA의 시장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비용을 지원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에는 필리핀 세부로 630명의 설계사 등이 여행을 갔고 27개 보험사가 지원을 해줬다. 2017년에는 방콕과 파타야에 816명이 여행을 갔으며 29개 보험사가 지원했고 2018년에는 괌으로 620명이 떠났고 28개 보험사가 지원했다.
검사에서 개별 보험설계사 뿐만 아니라 임원 등이 주도해 수 십억 원 규모의 허위계약을 작성해 매출을 부풀리고, 편취한 모집수수료는 임의로 사용하는 등 조직적인 불건전 영업행위도 드러났다. 한 GA의 임원은 매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임직원을 계약자로 해 월 500만원짜리 고액 허위계약을 다수 작성하다 적발됐다. 한 GA 지점장은 다른 설계사 명의로 여러 허위계약을 작성하고 고액의 초기수수료를 받은 후 해외로 도피했다.
설계사가 다른 설계사와 공모해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한 허위계약을 작성한 후 초기수수료를 받은 뒤 퇴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 밖에 고소득 전문직에게 2년간 보험료의 절반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부당한 특별이이약을 제공한 사례도 나왔다. 아울러 설계사가 다른 GA로 이직하면서 기존 계약자의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계약 체결을 유도해 수당을 챙긴 경우도 있었고, GA가 설계사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도 보험모집을 위탁한 사례도 많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내부통제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금감원은 “GA 본사는 실질적 제재권한 없이 명목적인 준법감시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어 지사나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통제기능이 결여돼 있다”며 “한 초대형 GA는 본사 준법감시 인력이 2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지사형 GA의 경우 회계시스템은 지사별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돼 본사의 검증절차가 없다. 이에 지사의 한 임원은 법인자금을 개인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하고 사업소득을 축소해 세금을 신고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발견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심의 등 관련 제재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조직적인 위법행위, 모집법규 반복 위반 행위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제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GA의 법인자금 유용 및 소득축소신고 혐의는 검찰과 국세청에 이미 통보했다. 또 내부통제 등이 부진한 GA는 영업전반을 살펴보는 검사를 계속 실시하고 구조적 문제점은 GA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