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론직설] "국가가 경제운영 시스템 개입하는 건 헌법정신 훼손"

<총선 불출마 선언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국가 정체성 되살리려면 세대교체로 우파 재건 필요

국부 창출은 민간이 하는 것…기업인 야성 일깨워야

기업승계 숨통 틔워주면 혈세 안써도 경제성장 가능

규제만 늘어놓고 '일 다했다'는 건 정책 편의주의일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을 되살리려면 우파를 재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 인물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을 되살리려면 우파를 재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 인물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와 경제부처 장관, 국회를 모두 경험한 많지 않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주변에서는 그가 당연히 자신의 지역구(부산 기장)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난해 말 누구보다 일찍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을 되살리려면 우파를 재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인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해서도 “국가가 이렇게 경제운영 시스템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며 이래서는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윤 의원을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정치를 왜 그만두려 하나.


△이명박 대통령 때 비서관하고 차관을 3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했다. 두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 내가 국회의원을 더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다. 나를 고리로 삼아 한국당이 새로운 인물로 세대교체의 물꼬를 텄으면 한다. 우파가 재건되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인물은 무엇인가.

△먼저 탄핵의 원죄가 없는 세대여야 한다. 탄핵 문제를 역사적으로 평가할 때 한발 떨어져 볼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또 하나, 당이 노쇠해 있다. 저만 해도 60대 중반이다. 공직 34년과 의원 4년을 맡았으니 38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젊은 세대와 대화해보면 훨씬 낫다. 다른 나라는 30대, 40대가 총리를 하고 있지 않나.

-지금 한국당이 우파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나.

△우파는 두 개의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사적소유권의 보호다. 권력분산 또한 반드시 이뤄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말하지만 진솔하게 지적한 경우는 없었다. 법사위에서 법안 올라오고 발의하는 과정을 보면서 보수 가치의 혼돈을 느끼게 됐다. 가치가 흔들리니 점점 좌로 갔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적으로 차별이 생기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아동수당이다. 우리는 90%, 민주당은 100%다. (표를 의식해 그런 것 아닌가) 맞다. 보수의 가치가 소진된 결과가 포퓰리즘이다. 국민이 한국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당을 살리려면 보수 가치 회복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료로서 국회를 상대했고 국회에서 4년을 경험했다. 국회는 어떤 곳인가.

△말했듯이 의정활동 내내 시장경제 측면에서 너무 많은 문제점을 봤다. 게이트키퍼의 마음으로 혼신을 다했지만 문제가 많은 법안이 계속 올라왔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마저 훼손하는 법들이 통과됐다. 정권을 쥔 사람들이 사회주의 경제를 하자는 건지, 시장경제를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위헌 논란도 곳곳에서 나오는데.

△헌법 119조 1항, 여기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바로 헌법 정신이다. 과거의 고도성장 시대가 아니다. 이 정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이고 경제를 움직여가는 가치이며 원칙이다. 이 부분이 너무나 망가져 걱정이다. 좌우 이념은 복지 문제 등에 적용되는 것이지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에 손을 대라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말한 부동산거래허가제만 봐도 그렇지 않나. 경제운영 시스템에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명백하게 헌법 정신의 훼손이다. 자본주의 발전사를 보라. 국가가 이렇게 개입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일했다. 현 정부와 비교하면.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노 대통령은 권력은 정부로부터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를 했다. 친문도 같은 뿌리인데 왜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개선·발전을 못 시키나 생각해봤다. 노 대통령은 권력을 쟁취한 반면 지금은 ‘촛불’을 통해 권력을 받았다. 정권을 탄생시킨 세력에 밀려 정책을 수정할 힘이 없다. 시장경제에 대한 생각이 있어도 정책으로 잇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또 하나는 이분법적 사고다. 대기업은 악,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생태계 전쟁이다. 생태계에는 글로벌 기업,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이 두루 있다. 각각 역량에 맞춰 자유와 창의를 갖고 일하는 것이다.

-새로운 국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부족한 것 아닌가.

△부의 창출은 기업이 한다. 기업인의 의욕이 꺾이면 무엇을 하겠는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뭐하러 기업 하느냐며 공장을 닫는다. 대기업 회장들이 노 대통령 때 기업 하기 제일 좋았다고 말한다. 규제를 제일 많이 풀었다. 파주 LG단지가 생겼고 평택에 국제도시 때문에 삼성반도체가 들어섰다. 인베스트코리아와 외국인투자가를 위한 용산 국제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관련기사



△정책이 많다고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인의 야성을 건드려야 한다. 지금 큰 문제가 경영권 승계다. 기업 승계를 부의 승계로 봐서는 안 된다. 재벌 회장들이 죽을 때 돈을 들고 가겠는가. 기업을 키우는 것은 나라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 승계는 부의 지속적인 창출과 일자리의 승계다. 그렇게 보면 정부가 돈을 뿌리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주주와 시장이 할 것을 왜 자꾸 정부가 판단하나. 기업을 못 믿으니 사전에 규제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사전규제는 어떤 것을 말하나.

△각종 안전과 환경규제, 그리고 기업 경제력집중 문제 등 이런 것을 전부 사전에 하고 있다. 국회에서 안전규제를 자꾸 높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만 더 강화하고 “일 다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책편의주의다. 52시간 근로제도 마찬가지다. 일을 더 하고 싶으면 더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더 한다고 정부가 페널티를 주나.

-각종 보이지 않는 규제도 많은데.

△이 정부에 말하고 싶다. 지금은 글로벌 이코노미다. 국내만 대상으로 정책이나 입법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우리 경제에 형사적 처벌 조항이 너무 많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가 한국에서 근무하면 범죄자가 되는데 여기서 일하겠는가. 경제법에 만연한 처벌조항을 민사책임으로 하거나 행정벌 정도의 과태료로 바꿔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보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하면 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지고 자율과 책임에 따라간다. 또 하나,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빨리 없애야 한다. 삼성 합병만 해도, 금융위의 동의까지 받은 부분을 뒤집어 판결한 것은 문제다.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쳤다.

-국회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도 많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많이 발의한다고 해서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를 강화하는 게 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권력이 자꾸 개입해봐야 풍선효과가 있어 잘 안 된다. 입법 과잉을 넘어 입법 광란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입법발의도 줄어들 것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상임위를 하면 7분 정도 발언할 수 있다. 하루 종일 해도 30분이다. 큰 이슈에 대해서는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부 장관을 지내 탈원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에너지는 국력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인류문명의 역사가 에너지의 역사였다. 에너지 강국이 되지 못하는 나라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 우리는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나마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자급자족에 가까운 것은 원자력밖에 없다. 이를 탈원전해서 60년에 걸쳐 없애겠다는 것은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이 왜 큰소리를 치는가. 셰일가스 때문에 에너지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에너지 경쟁력은 제조업과 산업의 경쟁력이다. 탈원전은 이 정부가 씻지 못할 정책적인 판단 미스다. 그래도 전력수급 계획은 대폭 바꿀 기회가 올 것이다. 여야가 바뀌지 않아도 바뀔 것 같다. 민주당 내 일부 상식 있는 의원들도 탈원전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다.

-국회에서 바라본 행정부의 모습은 어떤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시대 상황과 발전수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복지에서는 좌우가 차이를 보이지만 경제정책은 차이가 별로 없다. 오히려 좌에서 우로 간다. 그런 흐름에서 정책이 추진돼왔는데 뒤집어지니까 후배 관료들이 당황하고 무섭기도 할 것이다. 관료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 정부에서는 ‘영혼 없는’ 관료도 사치스러운 말이 됐다. 과거에는 “이것은 무리가 있는 정책”이라고 건의도 했고 반영도 됐다. 지금은 철학이 다르니 영혼 자체를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정생활을 마친 후 계획은.

△자유국가의 개념과 우파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힘써야 할 것 같다.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 같은 곳은 우파의 가치를 확실히 세우고 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와 그 뿌리를 아직도 찾고 있다.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등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과 그들이 갖고 있던 가치가 망각의 단계로 넘어갔다. 이걸 살리지 않으면 북한과 무슨 차별이 있겠는가. 건국정신을 잊고 뿌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떤 정치세력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게 된다. /김영기 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56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과 투자정책과장, 수출과장,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자원개발정책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쳤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선임 행정관과 지식경제비서관 등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첫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맡았다. 20대 총선에서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당선된 후 법사위와 예결특위 등에 몸담았으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수차례 선정됐다.

김영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