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종부세 세율 인상과 공정시장 가액비율 상향 등이 예정돼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고가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종부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표준 단독주택도 전년보다 15.3% 증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강남 등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공시가격 상승률에 비해 보유세 상승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대상 15% 늘어, 동작구 상승률 1위 =국토교통부는 1월 1일 기준 표준 단독주택 22만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을 23일 공시한다고 22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의 평균 변동률은 전국 4.47%로 지난해 9.13%의 절반 미만에 그쳤다. 최근 10년 평균 변동률(4.41%)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은 전년도 17.75%에서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6.82%를 기록했다. 지난해 급격한 상승에 따른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동작구가 10.61% 올라 서울 및 전국 시·군·구 1위를 기록했다. 흑석뉴타운 등 개발 사업의 영향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동작구에 이어 성동구(8.87%), 마포구(8.79%), 영등포구(7.89%), 용산구(7.50%), 광진구(7.36%)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급등했던 강남권의 경우 서초구 6.67%, 강남구 6.38%, 송파구 6.82% 등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표준 단독주택 평균 현실화율은 53.6%로 작년 53.0%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올해는 시세 9억~15억원 구간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을 많이 올렸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전국 표준 단독주택은 3,473가구로 지난해 3,012가구에 비해 15.3%(461가구) 늘었다. 전체 종부세 대상 표준 단독주택 중 83.3%(2,896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올해 표준단독주택(22만 가구) 가운데 종부세 대상 가구 비율은 1.57%로, 이를 전국 단독주택(396만 가구)에 반영하면 약 6만 2,000여 가구가 종부세 납부 대상으로 추산된다.
◇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 커져=고가주택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세율 인상 등의 여파로 공시가격 상승률에 비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본지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중 공시가 1위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은 공시가가 277억 1,000만원으로 지난해(270억원)에 비해 2.63% 올랐다. 하지만 보유세는 48.77%가 올라 1억 7,466만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강북구 성북동의 공시가 133억 2,000만원 짜리 단독주택은 공시가가 0.92% 오르는데 그쳤지만 보유세는 46.98%(7,497만원) 오른다.
가격이 낮은 단독주택도 비율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이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의 한 단독주택은 공시가가 3억원에서 3억 1,600만원으로 0.53% 올랐지만 보유세는 6.3%(3만 7,000원) 더 내야 한다. 마포구의 한 단독주택 또한 공시가 상승률(12.5%)보다 보유세 상승률(18.9%)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 팀장은 “단독주택은 공동주택에 비해 아직 현실화율이 낮기 때문에 공시가 현실화율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독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 증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공시가 상승 폭이 감소하면서 지난달 18일 공개된 공시예정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은 약 28% 감소했다. 이날 공시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등을 통해 23일부터 다음 달 21일 까지 열람·이의신청할 수 있다. 국토부는 접수된 이의신청에 대해 재조사·산정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다시 거쳐 3월 20일 최종 공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