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특수가 예상되는 일본 T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는 4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를 일본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승부수를 띄운다. 외산가전의 무덤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LG전자의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첫선을 보인 48인치 올레드TV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OLED TV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일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일본에서 소형 올레드 TV를 내놓는 것은 주거 공간이 좁은 일본의 특성상 소형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데다 전 세계적으로 OLED TV가 가장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 추정치는 21.9%로 유럽(9.8%), 북미(5.9%) 지역을 크게 앞질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전 세계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 전 세계 평균보다 세 배 이상 높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일본 TV 시장의 패널별 출하량을 살펴보면 OLED TV는 24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8%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LCD TV 출하량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일본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은 오는 2023년 31.3%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TV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성향도 LG전자가 48인치 OLED TV를 일본에 먼저 선보이는 이유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일본의 TV 평균 판매 인치는 40으로 북미(48.8), 서유럽(45.6), 중국(48.5) 등 주요 TV 시장에 비해 작다. 일본 OLED TV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일본 TV제조업체인 후나이도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OLED TV를 출시하는 등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48인치 OLED TV 출시를 계기로 일본 TV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도쿄올림픽이 7월 말 개막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크다. LG전자는 2016년 일본에서 OLED TV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출시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LG전자 OLED TV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10.2%로 소니(40.0%), 파나소닉(36.8), 중국의 하이센스(11.4%)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체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이 2.4%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OLED TV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2007년 일본 TV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 후 아직까지 일본 진출 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유독 일본에서는 고배를 마실 정도로 일본은 만만찮은 시장”이라며 “LG전자의 OLED TV가 외산 브랜드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 48인치 OLED TV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LG전자가 출시하는 48인치 올레드 TV는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은 대형 TV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LG전자 올레드 TV의 사이즈별 매출 비중은 60~69인치가 47.2%로 가장 높고 50~59인치가 45.8%로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올레드 TV 주력 사이즈는 65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