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EV) 글로벌 판매 10만대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각각 EV 전용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연간 EV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26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브랜드의 전기차는 총 10만1,238대(공장 선적 판매 기준)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에서 2만3,217대, 해외시장에서 7만8,021대 팔렸다.
모델별로는 코나 일렉트릭이 4만7,768대(국내 1만3,587대·해외 3만4,181대) 판매돼 베스트셀링 모델에 등극했다. 이어 니로 EV가 2만3,059대(국내 5,999대·해외 1만7,060대) 팔렸고, 그 뒤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1만8,804대(국내 2,060대·해외 1만6,744대), 쏘울 EV 9,277대(국내 1,571대·해외 7,706대) 순이었다. 중국 전략형 전기차 모델도 현지에서 2,330대 판매됐다.
작년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EV를 포함해 총 36만6,846대의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포함)를 판매해 전년보다 24.6% 성장했다. EV 판매는 전년 대비 63.4% 증가해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인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6.5%로 테슬라, 비야디(BYD), 르노닛산, 상하이자동차(SAIC)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중국업체를 제외하면 세 번째로 높은 순위이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16년 44만6,000여 대에서 2018년 119만8,000여 대로 3배 가까이 커졌는데,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는 1만1,063대에서 10만263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자사 전기차 모델이 뛰어난 충전거리를 갖춰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국(EPA)이 공동운영하는 에너지효율정보 사이트 ‘퓨얼 이코노미’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2019∼2021년형 전기차 모델 중 아이오닉 일렉트릭(복합 136MPGe)은 테슬라 모델3(복합 141MPGe)에 이어 전비(電比·1kWh 당 주행 거리) 2위에 올랐다. 코나 일렉트릭(120MPGe·3위)과 쏘울 EV(114MPGe·공동 6위), 니로 EV(112MPGe·공동 9위) 등 현지 판매 모델 4종이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코나 일렉트릭은 작년 1월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재규어 I-페이스 등을 제치고 ‘2019 올해의 차’(유틸리티 부문)에 선정되고, 니로 EV가 영국 자동차 전문지 ‘왓카’(What Car?)의 ‘2019 올해의 차’로 뽑히는 등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과 상품성을 모두 갖춘 모델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도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기아차는 이달 중순 각각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적 미래전략을 발표한 자리에서 적극적인 EV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2025년 56만대, 기아차가 2026년 50만대 등 2025년을 전후해 EV만 1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모두 EV 전용 모델을 출시하고 2024년에는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차량 기본 골격)를 개발해 이를 적용한 양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