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후 신규 공급이 멈춰선 과천에서 올해도 분양 여건이 진전되지 않을 조짐이다. 분양을 눈앞에 뒀던 단지에서 과천시와 분양가 협상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공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시와 건설사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전셋값만 천정부지로 올라 세입자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대규모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올해 주택공급 계획에서 과천 분양 계획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올해 전국 43개 단지에 3만 4,0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과 인천 한들구역, 광명 등을 계획안에 넣었지만, 지난해부터 분양을 준비했던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포함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올해 과천에서 분양 예정인 물량은 4개 블록 1,000가구로 규모가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는 공급 물량이지만 계획안에서 뺀 이유는 분양가 협상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과천시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지식정보타운 첫 번째 분양 물량인 푸르지오벨라르테(504가구)와 관련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과천시는 3.3㎡ 당 평균 2,205만원의 분양가를 통보했지만, 대우건설은 3.3㎡당 2,600만원의 분양가를 주장하고 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S6블록의 분양가에 따라 S1·S4·S5 블록 등 추후 분양 예정인 구역의 분양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협상에서 더욱 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재심사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대우건설은 임대 후 분양까지 고려하고 있다. 손실을 보고 선분양하느니 8년 임대 후 일반분양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마찬가지로 과천 지식정보타운 S9 블록에서 공급 예정인 GS건설의 과천제이드자이(647가구)도 분양가 책정을 놓고 견해차가 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다음 달로 분양 계획을 잡았지만, 언제 협상이 이뤄질지는 안갯속이다.
과천에서 분양가 분쟁으로 공급이 지연되면서 ‘로또 분양’을 꿈꾸며 신규 전입한 전세입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 보증금은 계속 오르는데, 분양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과천 전세난 해소를 위해 공급을 서둘러달라는 청원이 이달 들어 계속 게재되고 있다. 한 청원자는 “지식정보타운 공공주택 분양 대기자들이 재정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과천 전세가 상승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현재 재계약을 앞둔 대기자들 가운데는 집주인에게 억대의 전세 보증금 인상을 요구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청원자 역시 “과천은 현재 불량 시공 아파트조차 전세물건을 내놓으면 순식간에 계약될 정도로 전세난이 심하다”며 “피해자가 더 생기기 전에 정부가 나서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 문제를 해결하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