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중국 내 인력과 물자 총동원령을 가동했지만 조기 수습은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환자가 10만명에 달한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해외에서 나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7일 오후 8시까지 중국에서 2,840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1명이라고 밝혔다. 춘제(중국의 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3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571명, 17명에 불과했던 데서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춘제 기간 유동인구가 우한 폐렴을 대규모로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내 중증환자는 461명, 의심환자는 5,794명이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수도 전날보다 1만명 가까이 늘어난 3만2,799명으로 급증했으며, 그중 3만453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 허칭화 위건위 질병관리국 부국장은 “기층조직을 중심으로 예방에 힘쓰고 확산 방지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시 주석이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춘제임에도 25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전방위 대책을 촉구했다. 정치국 상무위 회의를 이례적으로 TV에 공개하면서까지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 시 주석은 “일선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현장에서 똑바로 일해야 한다”며 “관련 인원과 물자를 총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27일에도 “각급 당 위원회는 전염병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공산당 전염병 업무 영도소조’ 회의에서는 원래 30일까지인 춘제 연휴를 다음달 2일까지로 연장하고 학교 개학 시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상하이시가 선제적으로 춘제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하기로 해 다른 도시들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베이징 등 주요 도시는 시외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전염병 발병의 온상으로 지목된 야생동물 거래 전면금지를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리 총리는 이날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을 방문해 우한 폐렴 대응책 등을 점검하고 의료진과 환자를 위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면서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중국 본토 내에서 급격히 빨라지면서 이번 사태의 조기 수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위건위는 “최대 2주간인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어땠든 감염자를 차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또 우한시 정부는 또 “춘제와 전염병 사태 전후로 500만여명이 이미 우한을 떠났다”고 밝히면서 확산 우려를 키웠다.
비관론은 서구에서 더 많이 나오는데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면서 “수많은 사람이 감염됐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퍼거슨 교수는 앞서 17일 ‘우한 폐렴’ 환자가 당시 40여명이라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비판하며 벌써 그때 1,700명을 넘어섰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SNS) 등에는 우한 폐렴의 급속 확산과 중국 당국의 무능한 조치를 비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우려와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위챗안전센터는 “SNS에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적발 시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마궈창 우한시 당서기와 저우셴왕 우한시 시장이 사태 확산에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 의사를 표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이날 저우 시장은 초기대응 부족 책임을 중앙정부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