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황희(58·사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민간과 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100조원 시대를 맞아 산업·기술 이슈를 예측하고 범정부 전략을 수립할 (가칭) ‘국가전략기획본부’ 설치를 제안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과학기술정책포럼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산업·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사회적 충격이 커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상시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발생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부에서 대비해야 할 국가적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기술과 사회, 기술과 사람의 연계가 최근 중요해져 다른 기관과 협업해 정책을 융합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TEPI는 지난해 미세먼지, 쓰레기, 축산 분뇨 악취 문제 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산학연으로 ‘국가난제 포럼’을 구성한 데 이어 ‘국가 난제 해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조 원장은 이날 “확실한 규제혁신과 디지털 전환전략 없이는 국가 R&D 100조원 투자의 의미가 없다”며 “기술개발이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나서 새로운 경쟁법칙을 만들고 법이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정부가 민간의 R&D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예산을 짰고 R&D가 사업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2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가량 급증했으나 R&D 결과물이 시장과 산업으로 잘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R&D 투자비중은 정부가 22.5%, 민간이 76.2%, 해외기관이 1.3%로 올해 100조원선으로 예상된다.
STEPI는 이날 내부 전문가 10인이 꼽은 올해 과학기술정책 이슈를 담은 ‘아웃룩 2020’을 공개하고 규제혁신과 디지털 전략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오는 2~3월 ‘대국민 미래 전망 보고대회’를 한 뒤 11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함께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전 장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세미나를 열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 전 장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KIST)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한편 조 원장은 STEPI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이어 국가 R&D 예비타당성 조사 수행 기관으로 지정을 앞둔 것에 대해 “부처의 SOS가 있었다”며 “지역 연구과제 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로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