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력 비리 기소 방해는 직무유기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9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친문(親文) 실세들의 기소를 막으려 했다. 수사팀은 전날 세 차례 이 지검장을 찾아가 백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공소장 결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결재를 거부했다. 다음달 3일 수사라인 교체 때까지 버티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이 이날 이 지검장 등과 회동해 선거개입 연루인사 기소를 지시함에 따라 친문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지검장은 22일에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불구속 기소 요청을 거부하다가 수사팀과 대치한 적이 있다. 수사를 독려해야 할 지검장이 되레 정권 실세들의 의혹을 덮으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기소 지시를 받고도 수사팀의 기소 요청을 뭉개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게 법학자들의 견해다. 이 같은 행태는 ‘검찰총장은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12조)’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7조)’고 규정된 검찰청법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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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8일 전국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서 중요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검찰수사심의위·부장회의 등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해 기소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은 통신망에 글을 올려 “법무부 지시는 특정 사건 개입으로 검찰청법 위배”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년 전 출간한 책에서 ‘대통령 측근 수사 때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건 수사 방해로 비친다’고 썼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권력비리를 덮으려는 처사는 문 대통령의 글과 완전히 모순된다. 비리 수사를 방해하는 인사들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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