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아산으로 격리 수용시설을 정했다면 이 정도까지 반대는 안했을 겁니다. 아산 시민들을 너무 무시한 것 같아 시위가 벌어진 거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에서 교민들이 귀국하는 31일. 교민 격리 수용 시설 중 하나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은 경찰들의 삼엄한 감시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밤새 경찰과 주민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날이 밝아 교민 도착을 앞두고는 자칫 발생할 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해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아산 주민들이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찰인재개발원 근처에 지역시민단체가 설치한 ‘우한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갈기갈기 찢긴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한 주민은 “정부가 단 한마디 상의없이 하루만에 천안에서 아산으로 바꾼 것에 대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인력을 늘려 경계를 강화했다. 15개 중대 1,2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전날보다 400여명 정도 늘어났다.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올라가는 양방향 도로 옆으로 차벽을 세우고, 골목마다 경력을 배치해 혹시 있을지 모를 주민 돌발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일부 주민이 인도에 설치한 천막 바로 옆에서 순찰을 강화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경찰인재개발원 정문에는 차량·개인용 소독 시설이 들어서는 등 방역도 강화됐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9시 30분 현재까지는 현지 주민들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환자 도착이 예상되는 오전 11시나 점심쯤에는 시위 등으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산 주민들의 반발의 거센 가운데 일부 주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교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캠페인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아산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엄모씨는 30일 페이스북에 “저처럼 우한에서 오는 우리 교민들을 환영하는 아산시민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손피켓 릴레이를 시작한다. 공포 속에서 떨었을 우리 교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자”라고 썼다.
정부는 교민 임시 숙소로 결정된 경찰인재개발원에 549명이 격리 수용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있다./아산=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