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대통령의 해외 군사력 사용 권한을 대폭 제약하는 내용의 법안 2건을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로 인해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의회의 승인 없이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목적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찬성 228표, 반대 175표로 통과시켰다. 또 대통령의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하는 법안은 찬성 236표, 반대 166표로 가결했다. 당초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해 이 두 내용을 포함한 국방수권법(NDAA)을 가결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석인 상원과 법안 처리를 위한 최종 협의 과정에서 이 부분을 삭제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AUMF는 그동안 여야 정치권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온 사안이다. AUMF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통령이 테러조직에 대해서는 적절한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도록 부여한 권한으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 때 처음 활용됐지만 이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활용할 때 종종 이 조항을 근거로 들어 남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일부에서 이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의 법적 근거로 AUMF를 들었는데, 민주당은 외교적 경험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으로 인한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이를 철회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 중 일부도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이 권한을 없애거나 제약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의원은 이날 법안 투표를 앞두고 AUMF 폐지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법은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 문턱을 넘긴 쉽지 않아 보인다. CNN은 “민주당은 갈 길이 멀다. 상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이 법안을 받아줄 것 같지 않다”며 “민주당이 올해 NDAA 법안 심사 때 이 내용이 포함되도록 싸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이 미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이란을 편들고 싶어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