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맛집탐방 소모임에 가입했다. 평소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있는 녀석들’ 등 TV프로그램을 즐겨 봐온 이씨는 TV에 소개된 식당에 직접 가보고 싶었다. 소모임 단체 카카오톡방에 들어가자마자 이씨는 수백개의 맛집 리스트를 받았다. TV·유튜브 등에 소개된 맛집 중 회원들이 직접 가서 먹은 결과 실제로 맛이 검증된 식당 목록이었다. 이씨가 카톡방에 들어갔을 때도 최근 TV에 나온 한 식당에 가보자는 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씨는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실패할 확률이 적기를 원하다 보니 방송에 소개된 맛집을 가게 된다”고 말했다.
출연자의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이 공중파를 넘어 케이블·유튜브에 이르기까지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음식의 취향보다 방송 소개 여부만 중요해졌다는 지적과 함께 과식·폭식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먹방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는 추세다. 아예 먹방의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따서 ‘mukbang’이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다. 유튜브에서 ‘mukbang’을 검색하면 한국뿐 아니라 영국·미국 등의 콘텐츠도 볼 수 있다. 1인 방송 진행자가 식당을 방문해 먹는 콘텐츠부터 집에서 한 종류의 음식을 대량으로 먹는 콘텐츠까지 다양하다. 빅데이터상 먹방 언급량 역시 지난 2017년 136만건으로 100만건을 넘은 지 오래다.
먹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에 노출된 식당으로만 손님이 몰리면서 다른 상인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TV에 출연해 유명해진 서울 서대문 포방터시장의 돈가스집은 손님이 몰려 다른 시장 상인과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해 11월 제주도로 이전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28일 돈가스집에는 여전히 ‘임대 문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에 돈가스집과 함께 TV에 방영된 식당들은 모두 한두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있었지만 다른 분식집 등에는 하나도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울러 먹방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과식·폭식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먹방 콘텐츠의 상당수는 라면 10봉지, 자장면 5그릇, 초밥 100여개 등을 한번에 먹는 내용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타인이 많이 먹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먹방의 인기가 높은 것”이라며 “1인 방송 진행자들이 식당에 가서 촬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중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뒷거래 없이 균등하게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